[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올해 들어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10조원(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10조5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증시 상승세를 견인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올 들어 코스피·코스닥 양시장에서 10조4000억원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코스피서 6조4000억원, 코스닥서 4조원 가량 '팔자'에 나섰다. 이달 들어서도 기관은 코스피서 5500억원, 코스닥서 25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올 들어 10조5000억원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7월 중순을 기점으로 매수규모가 줄며 8월말 순매도로 전환하기도 했지만 재차 ‘사자’로 방향을 전환, 최근 4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8100억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최근 코스피의 상승을 견인하는 중이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 들어 기관 매도가 많이 진행됐다”며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주식형펀드 환매로 인한 국내기관 수급이 악화됐다는 판단이다. 연초 이후 채권형펀드로 20조3000억원이 유입된 반면, 주식형펀드에서는 5조5000억원의 자금 유출이 이뤄졌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관은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입에 따라 2000포인트 위에서는 매도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관 매도 압력은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연휴와 그 이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따른 관망심리가 시장에 깔려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대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추석연휴와 미국 FOMC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 전반의 관망심리를 높일 것”이라며 “기관투자자가 공격적인 시장대응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김영환 연구원은 “최근 주식형펀드의 경우 낮은 지수대에서 펀드환매가 증가하고 높은 지수대에서의 펀드자금 유출은 줄어드는 등 기존과는 다른 펀드 환매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견조하게 유지되던 펀드 매물벽이 완화됐다는 것”이라며 “또 7월부터 신흥국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신흥국을 3~6개월 후행해 움직이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에서 빠르면 10월, 늦으면 연말께 한국 주식형펀드 자금도 순유입 전환이 기대된다는 점 등에서 기관의 수급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기관 매도 압력이 해소되면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증시흐름은 긍정적일 수 있다”며 “점차 하단을 높여가는 주가지수 흐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들어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순매도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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