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김광연 기자]현재 감찰을 받고 있는 김형준(46·사법연수원 25기)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가 곧 착수될 전망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진행 중이던 김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을 특별감찰팀을 구성해 배당했다. 팀장은 안병욱(50·22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맡았다.
그러나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SNS 문자메시지나 서울서부지검의 진상조사와 대검 감찰본부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항만으로도 당장 수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별감찰팀 구성은 이후 사건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김 총장의 결단으로 보인다.
김 부장 스폰서 의혹 사건에 대한 대검 감찰은 2일 시작됐다. 지난달 31일 검찰개혁안을 발표한지 이틀만이다. 김대현 부장검사 폭언에 의한 평검사 자살사건, 진경준 전 검사장 주식대박 사건 등 현직 검사들의 각종 비위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김 부장검사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고교 동창 김모씨로부터 1500여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김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무마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검사의 비리 연루 사실은 검찰 안팎으로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이른바 검찰 내 ‘선두 그룹’으로 분류되는 엘리트 검사기 때문이다.
김 부장검사는 그동안 법무부 보다는 주로 일선 검찰청 수사 부서를 돌며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삼성비자금 특별수사 감찰본부 파견, 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인천지검 외사부장,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등을 역임했다.
2013년 7월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특별환수팀장을 맡으며 주목을 받은 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증권범죄합수단장을 겸임하면서 ‘증권가의 저승사자’로까지 불리면서 ‘거악’을 척결하는 ‘스타검사’가 됐다. 때문에 향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 후보로도 빠지지 않고 거론돼왔다.
3차장은 전국 최대 규모인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내에서도 가장 막강한 화력을 쥐고 있는 요직이다. 특별수사부·강력부·첨단범죄수사부·공정거래조사부·방위사업수사부 등에 대한 수사지휘를 총괄한다. 이른바 ‘거악 척결’의 최전선의 선봉장이다. 검사장으로 승진하기 위한 요직이기도 하다.
김 부장검사 자신도 김씨와의 SNS 대화에서 이런 ‘야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동창과 술집으로 놀러 다니며 수백만원을 쓰고, 수사 무마를 대가로 용처가 불분명한 돈까지 받아쓰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김 부장검사 전에도 소위 잘 나가는 검사들이 ‘거악’과 손잡으며 검찰조직에 먹칠을 했다. 2010년 당시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이 부산의 한 건설업자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이른바 ‘스폰서 사건’에 휘말려 옷을 벗었다. 그는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결국 무죄가 확정됐으나, 당시 사건에 연루된 검사는 모두 57명이었다.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는 다단계 사기범인 조희팔 측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았다. 그는 ‘옷 로비 의혹 사건’ 특별검사팀 파견 검사, ‘노무현대통령 측근비리사건’ 특별검사팀 파견검사,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을 거친 특수통이었다.
검찰총장 후보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9년 천성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고급 승용차, 해외골프, 명품 쇼핑 등 스폰서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면서 낙마했다.
이 사건들 전후로도 검사들이 ‘거악’과 손잡고 신세를 망쳤다. 박홍수 전 부장검사는 2006년 ‘김홍수 게이트’ 사건으로 기소된 뒤 징역8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확정 받았다. 2008년 발생한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의 당사자인 정 모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친분이 있던 건설업자로부터 사건 무마 청탁과 함께 그랜저 승용차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2011년 ‘벤츠여검사’ 사건 당사자인 검사 역시 법조비리에 연루돼 기소됐다가 “애정의 정표”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으며 징역 신세는 면했다. 현직 검사장으로는 처음 구속 기소된 ‘주식 대박’ 진경준 전 검사장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동창 스폰서' 의혹에 휩싸인 김형준 부장검사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단장으로 있던 지난해 12월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서 증권사 블록딜 비리 등 국내 기관투자자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김광연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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