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건설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면서 건설업계 고질병인 임금체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국내 건설 근로자는 한 해 6만명이 넘고, 체불액도 연간 2000여억원 규모다. 다른 산업에 비해 건설업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책임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정동영 의원(국민의당)은 심각해지고 있는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체불방지법)을 국회에 제출됐다.
개정안은 공공부문 건설공사 현장의 임금체불 시 하청업자 뿐 아니라 원도급업체가 임금 지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법 시행 6개월 후부터 도급계약이 체결되는 공공사업장에 적용된다.
또 이날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금이 근로자에게 적정하게 지급되는 지 발주자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의 임금 체불 방지법을 발의했다.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은 현재 퇴직 또는 사망 근로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지연이자 조항을 재직근로자도 체불 임금의 연 100분의 20의 범위에서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의원들이 모두 임금체불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임금체불 문제는 안전문제와 함께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불리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016년 7월 기준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 근로자 18만4000명이 총 8131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8000명, 7521억원에 비해 각각 9.5%, 8.1% 증가한 수치다.
특히 건설노동자의 임금체불은 지난해 6만3285명, 240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체불액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중 국토교통부 산하 4개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도 2012년 이후 최근 5년간 임금체불이 3093억원이나 발생했다.
정치권의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건설 노조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정부에서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하도급 대금 직접지급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놨지만 원도급사의 연대보증만큼 확실한 개선책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하도급 대금 직접지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하도급 대금 체불은 원도급자와 하도급자가 아니라 하도급자와 건설 근로나 자재·장비업체 간에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원도급자가 하도급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한다고 해도 임금 체불 개선 효과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건설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임금지급에 대해 원도급사의 연대책임을 의무화하는 것은 모든 현장 근로자들이 가장 원했던 조치"라며 "법안이 시행되면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임금을 지급받게 되고 원도급사의 하도급업체 관리도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원도급사인 대형 건설사들은 건설업계 임금체불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대형사 관계자는 "원도급사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2, 3차 하청업체와 근로자들 사이에서 체불 문제가 생기는데 원도급사가 모든 하청업체를 100% 다 관리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공공사의 경우 예산이 타이트해 손해를 보는 현장이 많은데 임금체불 연대책임까지 부담이 더해지면 선뜻 공공공사 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공사의 적정 공사비 확보 방안 등 관련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공사 현장의 임금체불 시 원도급업체가 임금 지불에 대해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건설업계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임금체불이 줄어들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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