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원청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100만원 오를 때 하청업체 노동자의 임금 인상폭은 6700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초과 이윤이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효과’가 생기기보다는 이윤의 대부분이 대기업 내에서 흡수되고 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이수일 경쟁정책본부장과 장우현 부연구위원은 2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3차 노동시장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발제문을 발표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개별 사업체의 경영여건, 산업특성 등 모든 변수가 통제된 상황에서 원도급 대기업의 임금이 100만원 변화할 때 하도급 중소기업의 임금 변화는 6700원에 불과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임금을 결정하는 요인에 대기업의 경영 성과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그 결과로 원도급 대기업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이 3900만원일 때, 하도급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2800만원, 비하도급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은 2250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이중구조의 배경에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과 대·중소기업 간 경쟁력 격차,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이 있었다.
이 가운데 불공정 하도급은 수급기업 비중이 2014년 46.2%에 이를 만큼 만연한 상황이다. 또 불공정 하도급의 절반 이상은 하도급 기업 간 거래가 아닌 원도급 대기업과 1차 하도급업체 간 거래에서 발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른 하도급법 위반업체 비율은 2012년부터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구두발주(15.4%), 대금 미지급(33.8%), 부당 하도급대금 결정·감액(7.2%), 부당 발주취소(5.2%) 등 법 위반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시정명령 이상 시정실적 비율은 일시적 하락세를 보였던 2011년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 정체돼 있다.
이수일 본부장은 “이제 원·하청 기업 간 상생협력은 시혜가 아닌 필수적인 생존전략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의 비용절감 위주의 기업 간 경쟁에서 시스템 간 경쟁체제로 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대기업 정규직의 과보호로 인해 하청업체로 비용이 전가되고 있는 측면도 간과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월 9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노동시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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