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2014년 ‘염전 노예’, 지난 7월 ‘축사 노예’에 이어 장애인을 상대로 한 노동 착취 사건이 또 발생했다.
18일 고용노동부와 청주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청주시 북이면 소재 차동차타이어 수리점 대표인 변모씨(64·남)는 지적장애인 3급인 A씨(42·남)를 2007년부터 10여년간 컨테이너에 가둬두고 강제로 일을 시켰다. 또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기초생활수급비도 가로챘다.
지난 10년간 변씨가 A씨에게 지급한 임금은 ‘0원’이다. 고용부와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아버지는 2006년 암 투병으로 몸이 쇠약해지자 평소 알고 지내던 변씨를 찾아가 아들을 거둬달라고 부탁했다. 이듬해에는 기초생활비와 장애수당이 들어오는 통장도 변씨에게 넘겼다.
하지만 A씨의 아버지가 숨지자 변씨 부부는 돌변했다. 변씨는 2007년부터 A씨에게 월 몇만원의 ‘용돈’을 주고 일을 시켰다. 임금은 없었다. 오히려 변씨의 아내는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채 적금,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지난 10년간 변씨 부부가 가로챈 지원금은 총 2400만원에 달했다.
특히 변씨는 ‘거짓말 정신봉’, ‘인간 제조기’라고 적은 몽둥이를 만들어 A씨를 상습적으로 구타했다. 10년 가까이 강제노역과 폭행에 시달렸던 A씨는 최근에야 수리점을 방문한 손님의 신고로 이 지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불과 2개월 전에는 인근 지역에서 ‘축사 노예’ 사건이 있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축사를 운영하던 김모씨(68·남), 오모씨(62·여) 부부는 1997년부터 올해 7월까지 19년간 지적장애 2급인 B씨(47·남)를 축사 옆 쪽방에 살게 하면서 강제로 일을 시켰다.
B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십마리의 소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했지만 임금이라고는 한 푼도 받지 못 했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밥을 굶거나 매를 맞기도 했다. 김씨 부부의 만행은 청주고용노동지청과 청주 청원경찰서의 공조수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자가 장애인이고, 강제노역이 폐쇄적인 사업장 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도 피해자의 상태와 작업장의 특성을 보면 청주의 두 사건과 판박이다. 염전 주인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금을 떼어먹으면서 지적장애인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고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하지만 장애인을 상대로 한 노동 착취를 조기에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고, 강제노역이 이뤄지는 장소가 공장 등 외부와 격리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92명에 달했던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에는 충분히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음에도 ‘섬’이라는 폐쇄된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방고용노동관서에 공문을 내려 취약분야에 대해 상시적으로 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신고해주지 않으면 축사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노동 착취를 적발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피해자가 장애인일 경우에는 중앙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각 자치단체에서 주기적으로 장애인의 소재 등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타이어 노예’ 사건의 당사자인 변씨 부부는 현재 불구속 입건돼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다. 변씨 부부는 폭행과 임금 미지급, 기초생활수급비 횡령 사실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청주고용노동청은 막바지 수사를 벌인 후 이주 중 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12일 충북 청주청원경찰서는 변씨 부부가 지적장애인 김씨를 폭행하는데 사용한 몽둥이를 공개했다. '거짓말 정신봉'이란 글씨가 쓰여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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