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교육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감사원의 시정요구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설립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에 3년간 136억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교육부에서는 목적사업비로는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사고 예산지원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기업이 설립한 자사고 7곳에 3년간 136억6000만원이 불법 지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전국 자사고 46곳 가운데 기업이 설립한 자사고는 하나고(서울)와 하늘고·포스코고(이상 인천), 삼성고(충남), 현대청운고(울산), 포항제철고(경북), 광양제철고(전남) 등 7곳이다.
기업이 설립한 자사고 7곳 중 광양제철고가 43억원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았다. 이어 포항제철고 28억원, 하늘고 22억원, 현대청운고 12억원, 하나고 11억원, 삼성고 9억6000만원, 포스코고 3억90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이들 학교에 지원한 금액 중 86%인 117억원은 교육청에서 지원했으며 지자체와 교육부는 각각 18억원과 8500만원을 지원했다.
기업체 설립 자사고는 임직원 복지증진을 위해 매년 입학정원의 15∼70% 범위에서 임직원 자녀를 뽑고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2조 6항은 종업원의 복지증진을 위해 기업체에서 출연해 설립하거나 경제자유구역 등에 기업이 출연·설립한 학교가 국가 및 재지자체의 재정보조를 받지 않을 때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학교장이 정하는 방법으로 뽑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앞서 기업이 설립한 자사고에 대한 재정지원은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지방교육재정 운용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교육부 장관에게 기업체에서 출연한 자사고에 대해 직접 또는 교육청 등이 재정지원을 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했다.
유 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초중등교육법을 위반하고 기업이 설립한 자사고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명백한 업무태만"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제도개선과 지원예산 환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일반 자사고에 대해서도 현행 법률상 지원근거가 불분명한 목적사업비가 지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서울지역 자사고 22곳에 284억원을 지원하는 등 전국의 일반 자사고 39곳에 대해 최근 3년간 834억원을 지원했다.
유 의원은 "자사고는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까지 받도록 허용하고 있는데도 교육청이 일반고와 거의 비슷한 목적사업비를 지원하는 것은 국민정서상 수용하기 어렵고 법률 근거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자사고에 대한 재정지원이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91조3항에 자사고는 사립학교 재정결함 보조금 성격의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교육과정 운영비를 지급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목적사업비 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령상 기업형 자사고의 경우에도 운영비가 아닌 목적사업비 지원은 가능하다"며 "감사원 지적을 받고 자사고 재정 기준 표준안을 마련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업 설립 자사고 재정지원 내역. 자료/유은혜 의원실 제공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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