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유통업계가 저마다 '초대형'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대규모의 쇼핑몰을 세우고 나섰다.
최근들어 소비자들이 온라인과 편의점 등으로 이탈하며 오프라인 점포의 쇠퇴기를 맡고 있는 시점의 행보여서 눈길을 끈다. 특히 미국의 대형 백화점 메이시스(Macy's)가 점포 100개를 폐점키로 발표하는 등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는 글로벌 유통업계의 트렌드와 역행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은 2020년까지 여의도에 국내 최대규모 백화점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영등포 상권을 두고 롯데백화점과
신세계(004170)백화점이 경쟁 중인 가운데 인근 지역에 초대형 백화점을 세워 고객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영업면적 8만9100㎡(약 2만7000평) 규모의 대형 백화점이 여의도에 들어서면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8만7934㎡·약 2만6600평)의 규모를 앞질러 '서울 시내 최대규모' 타이틀을 빼앗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미 유통업계는 최근 1년새 대규모의 오프라인 매장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백화점으로 2009년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영업면적 29만3905㎡·약 8만8906평)은 지난 3월 기존 야외 주차장으로 활용 중이었던 B부지를 확장해 영업면적을 1만8000여평 더 늘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영업면적 9만2416㎡(약 2만8005평)로 '수도권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을 앞세운 판교점을 신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후 지난 8월까지 만 1년동안 7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 클럽' 가입을 넘보는 대형 백화점으로 성장했다.
이에 뒤질세라 신세계그룹은 지난 9일 경기도 하남시에 축구장 70개 규모를 자랑하는 연면적 46만㎡(약 13만9000평)의 초대형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하남을 선보였다. 스타필드 하남 역시 오픈 후 열흘만에 15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며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신세계그룹은 아예 이 같은 교외형 대형 복합쇼핑몰을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지속적으로 키워 나간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초대형 백화점·쇼핑몰의 난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수도권 상권에 새로운 쇼핑몰이 오픈해봤자 기존 고객의 이동 외에는 신규 고객 창출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제 살 깎아먹기 식의 구조로 변해 자칫 '공든탑'이 아닌 '바벨탑'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쇼핑몰과 비교해 새로운 콘텐츠 없이 그저 덩치만 키우는 메머드급 쇼핑몰의 난립은 오히려 제조업자들만 고통받는 유통산업의 기형적인 구조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의 대형 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왼쪽)과 수도권 최대 규모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오른쪽)의 내부 모습. (사진제공=신세계·현대백화점)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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