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7 리콜에 대해 국내외 소비자들의 민감도가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 속도나 개통 취소 비율, 재구매 의사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시장 경쟁 구도, 정부의 대응 수위, 소비자 인식 차이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갤럭시노트7 교환은 약 20만건으로 집계됐다. 구매고객 중 50%가량이 리콜을 완료했다. 개통 취소나 환불은 전체의 5% 정도로 파악됐다. 반면 한국보다 이틀 늦은 21일부터 리콜에 돌입한 미국에서는 2일 만에 절반 이상의 제품이 교체됐다. 환불을 선택한 고객은 10% 안팎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이동통신사 매장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을 신제품으로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약 100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에서 빠르게 제품 교환이 진행된 것을 두고 미국 소비자들이 그만큼 리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개통 취소 비율이 한국보다 높았던 점 역시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만으로 사태가 수습되고 있는 국내와 달리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P) 등 정부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선 점 역시 소비자 행동의 차이를 유발한 것으로 지적된다. 앞서 FAA는 항공기 내에서의 갤럭시노트7 사용과 충전을 금지했고, CPSP는 제품 사용 중지 권고에 이은 공식 리콜 명령으로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였다.
국내에서는 내년 3월까지 문제가 된 제품을 새 것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삼성전자의 자발적 리콜 계획을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22일 최종 승인했다. 제품 교체 가능 기간이 아직 많은 탓에 일부 소비자들은 제품 교환을 미루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구형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충전량을 제한하는 강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시행하는 동시에, 일반 판매 재개 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사흘 뒤로 미루는 등 조기에 리콜을 마무리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판매 재개 이후에도 국내외 소비자의 반응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기업 브랜딩브랜드가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34%가 향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삼성 대신 애플을 선택하겠다는 응답도 34%로 나타났다. 때마침 등장한 아이폰7 시리즈는 갤럭시노트7 리콜로 방황하고 있는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꼽힌다.
반면 삼성전자가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내에서는 사용자 이탈이 상대적으로 적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아틀라스리서치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 리콜 발표 직전인 8월 넷째주 기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82%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점유율이 워낙 높아 해외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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