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공공기관에 저렴한 유류 공급을 위해 이뤄지는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가 오히려 일반 주유소에 비해 소비자가를 비싸게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토마토>가 28일 기준 오피넷에 공개된 유가정보를 분석한 결과, 서울 일부 지역에서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는 일반 주유소와 리터당 100원 가량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두 16곳의 주유소가 영업 중인 서울 용산구에선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는 8곳 평균 보통휘발유 기준 1904.5원(리터당)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같은 용산구 지역 내 일반 주유소 8곳의 평균인 1766원을 138.5원이나 웃도는 가격이다.
모두 18곳의 주유소가 있는 서대문구 역시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 4곳 평균이 1575.3원으로 일반 주유소 14곳 평균 1436.3원과 139원의 차이를 보였다.
서초구의 경우 전체 41곳 중 10곳이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로 평균 1603.8원에 판매하고 있어 일반 주유소 31곳 평균 1482원보다 121.8원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A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의 경우 서초구에서 가장 비싼 가격인 1988원에 판매하고 있어 같은 서초구 내에서 가장 저렴한 B 알뜰주유소 1328원보다 660원이나 비싸다.
A 주유소와 같은 정유사의 일반 주유소인 B 주유소는 A 주유소와 불과 500m 떨어진 거리에서 1415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다른 정유사의 C 주유소 역시 50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1417원에 판매 중이다.
분석 대상 중 가장 적은 격차를 보였던 영등포구의 경우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 13곳과 일반 주유소 22곳이 리터당 77원의 가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유류공동구매 제도는 공공기관이 공동구매력을 바탕으로 지정 주유소에서 할인된 가격에 유류를 공급받고 주유업계의 경쟁을 촉진해 유가 안정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중앙정부부터 지자체, 경찰, 교육청 등 모든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차량과 소규모 저장용 유류를 지정 주유소로부터 공급받는다.
지난해 12월부터 SK네트웍스가 새로운 유류 공급자로 지정돼 3년간 약 4억5000만리터, 5300억원 규모의 유류를 공급하며, 공공기관은 현장 할인 5.74%, 캐시백 1.1% 총 6.84%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확보되면서 공공기관에 할인 혜택을 주는 대신 소비자에게서 과도한 이득을 취한다고 불만을 표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도 지정 주유소에서 리터당 80원 내외 할인 혜택을 받아도 오히려 일반 주유소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비싸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실정이다.
주 1회 가량 주유소를 이용하는 시민 A씨(43)는 “자주 가던 주유소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로 되더니 가격이 비싸져 단골을 바꿨다”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 표시는 ‘비싸다’는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류 공급자인 SK네트웍스 관계자는 “리터당 100원 이상은 비싸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지만, 땅이 요지에 있거나 셀프 주유소, 입지 조건 등에 따라 가격은 다를 수 있다”라며 “직영 주유소가 아닌 자영주유소의 경우 가격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용산구의 한 공공기관 지정 주유소 모습. 이 주유소는 28일 기준 용산구에서 가장 비싼 리터당 1989원에 일반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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