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전세계적으로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등이 지속되는 뉴노멀(New Normal)시대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기존의 방법으로는 자산증식이 쉽지 않습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활용해 자산관리에 나설 시점입니다.”
1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글로벌 ETF 콘퍼런스 서울’에 참석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 국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세계적으로 뉴노멀시대에 접어든 가운데 이를 타개하기 위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ETF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했다.
이날 정찬우 한국거래소(KRX) 이사장은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생애주기별 자산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분산투자, 저비용에 힘입어 간접투자의 핵심으로 성장한 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기어 에스페스코그(Geir Espeskog)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특히 한국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아시아지역에서 한국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며 “대략적으로 개인투자자 투자자금의 1% 이하만 ETF에 투자하고 있어 성장 여지 또한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ETF시장은 올해 상반기 순자산총액 3조달러를 돌파하며 운용자산규모가 헤지펀드를 추월해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한국 ETF 시장은 지난 2002년 개설 이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며 올해 10월 현재 순자산총액 24조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고, 240여개 종목이 상장돼 상장종목수 아시아 1위 등 글로벌 톱10시장으로 도약했다.
에스페스코그 대표는 여러 ETF들 중 채권형 방식에 주목했다. 에스페스코그 대표는 “과거에는 채권 보유만으로도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요즘의 저금리 환경에선 어렵다”며 “글로벌 채권형 ETF 운용자산 규모가 최근 10년간 43% 성장한 가운데 미국 채권투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에 그치고 있어 성장성이 높고, 투자자들이 개별 채권 종목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등 채권형 ETF에 대한 인기가 더 커질 요인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회의장 내 마련된 홍보관에서 한국거래소와 국내외 ETF·ETN 발행 운용사, 증권회사와 지수업체가 홍보부스를 설치하고 현장에서 상품소개와 투자상담을 진행했다. 사진/권준상 기자
세계 2위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뱅가드(Vanguard)의 잭슨 로이(Jackson Loi) 매니징디렉터는 스마트베타 ETF를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스마트베타는 기존 ETF와 같이 시장을 추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플러스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에 기초하는 운용방식이다. 전통적인 시가총액가중 방식이 아니라 기업의 내재가치나 성장 모멘텀, 낮은 변동성, 고배당, 기업규모 등 특정 요인을 활용해 지수를 가공한다. 스마트베타 방식의 ETF는 2011년 이후 35% 가까이 성장했다.
로이 매니징디렉터는 “저금리 환경에서도 스마트베타 방식의 ETF를 통해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시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전통적인 시가총액가중방식을 통한 투자수익률이 2.9%를 기록한 반면, 스마트베타 방식을 통해서는 3.7~7.3%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저금리 환경 속 과거처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대치를 낮추되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것이란 강한 확신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ETF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품 다양성의 부족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주로 주가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주식형ETF가 대다수이고, 특히 국내주식형ETF 위주로 투자가 돼 다양성이 부족하다”며 “또 상장종목 수가 240여종목에 달하지만 실제 상위 3개 종목의 거래대금이 전체의 68%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소수 특정상품에 투자가 몰려있는 점 역시 개선해야 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ETF시장 발전을 위한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다양한 ETF 상품 개발을 통한 라인업 확대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 기반 확충,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그것이다. 정 이사장은 “액티브, 손실제한 등 투자자 관심에 부합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과 급증하는 해외 수요를 반영할 것”이라며 “선진국의 유망 섹터 상품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개발국 대표 상품 등 해외지수 상품을 도입하고, 최근 대만과 진행한 것처럼 해외시장과 ETF 상호상장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 이사장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에게 전략적 자산배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장 참여를 적극 권장하고,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활용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장기투자 환경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분류체계 개선과 상품간 비교공시시스템 구축, 투자자 교육 지속과 리스크 관리 등 투자자들이 안심 투자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국내 ETF시장 발전을 위한 3가지안을 제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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