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1. 미국인 A씨는 지난 여름 에어컨을 구매하기 위해 영어로 구매 가능한 지마켓에서 ‘Air Conditioner’를 검색해 제품을 구매했다.
정작 도착한 제품은 기대만큼 시원하지 않았고, 제조사에 확인해보니 해당 제품은 에어컨이 아니라 냉풍기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지마켓에 허위광고로 반품을 요청했지만, 제품에 이상이 없고 이미 사용한 제품이기에 반품이 어렵다고 답변을 얻었다.
해당 제품의 상세설명은 모두 한글로만 됐으며, 상품명에는 단지 ‘Air Conditioner’라고 표기됐을 뿐이다.
#2. 중국인 B씨는 중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11번가 오픈마켓에서 밀폐용기를 구입하기 위해 접속했지만 뜻밖의 장벽에 부딪혔다.
해당 밀폐용기의 실질적인 구매를 위해 필수 과정인 선택옵션은 한글로만 표시됐고, 한국어를 모르는 B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구매를 할 수 있었다.
최근 외국인들의 국내 오픈마켓 이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정작 외국어 쇼핑플랫폼 운영업체들은 제대로 된 언어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해외 소비자들을 위해 외국어로 쇼핑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4개 업체의 영어와 중국어로 판매되는 상품 100개를 모니터링해 27일 결과를 발표했다.
모니터링 결과, 영문사이트의 경우 총 52개 상품 중 58%에 해당하는 30개의 상품이 사이즈 등의 옵션 선택이 모두 한글로만 표기됐다.
중문사이트는 총 48개 상품 중 40%에 해당하는 19개의 상품의 옵션이 한글로만 표기됐다.
특히,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화장품의 경우에도 피부 타입 등을 선택하는 옵션 선택 표시가 한글로만 표기돼 외국인들이 잘못 구매해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
일부 제품의 경우 ‘낚시성’ 상술을 펼쳐 가장 인기 있는 제품 사진을 노출시키고 가격은 다른 최저가 상품의 가격을 제시해 실제 구매할 경우 가격이 추가되는 일명 ‘낚시성’ 판매로 인한 피해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 상품평이 많은 제품이라고 표시해 외국인 소비자 만족이 높은 것처럼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국내사이트의 이용후기를 한글 그대로 노출시켜 외국인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천명철 서울시 민생경제과장은 “잘못된 제품을 구매한 외국인 소비자들의 경우 판매자에게 제품문의, 교환, 반품 등을 요청해도 언어문제로 국내 소비자들처럼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어렵다”라며 “해당 언어로 정확한 상품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사업자 및 사이트 관리자에게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판매자들에게 무료 번역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지만, 판매자들이 판매창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라며 “지속적으로 확인·점검해 해당 언어로 충실하게 제공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11번가 중문 사이트에서 27일 판매 중인 상품. 중국인들을 위한 중문 서비스지만 정작 선택사항은 한글로만 표기됐다. 사진/11번가 홈페이지 갈무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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