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모금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7일 안종범(57·구속) 전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임의 제출 형식으로 다이어리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다이어리에는 지난해 7월27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17명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찬간담회 이후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7명의 대기업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내용도 조사 대상이다. 이 부회장 등 이들 대기업 총수 역시 지난 9월29일 투기자본감시센터로부터 특정경제범죄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다이어리에 기재된 내용에 따라 안 전 수석의 뇌물 등 혐의가 추가될 수 있는 것은 물론 박 대통령이 두 재단의 모금에 직접 관여한 사실 등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에서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으로부터 출연금을 받아내는 등 직권남용·강요미수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검찰은 또 참여연대가 지난 4일 박 대통령을 뇌물죄, 포괄적뇌물죄, 제3자뇌물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이날 정식 배당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달 29일 정 전 비서관의 주거지 압수 과정에서 업무용 1대, 개인용 1대 등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 총 2대를 압수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이들 휴대전화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씨의 통화 내용 녹음파일이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에 대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최씨가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부 보도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녹음 파일에 최씨가 지난해 11월 열린 국무회의에 관여한 내용이 없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해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내용도 없다"고 부인했다.
또 이들 휴대전화에는 정 전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 대화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지만,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유의미한 내용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전국경제인연합 이모 상무와 박모 전무, 비덱 한국지사장 장모씨, 플레이그라운드 대표 김모씨 등도 소환해 조사했다. 최씨가 독일에서 설립한 비덱은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플레이그라운드는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47)씨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국가 기밀문서를 전달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도록 방조한 것에 대해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할 예정이다. 우 전 수석은 횡령·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참여연대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과 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등 청와대 관계자들, 그리고 이재용 등 재벌대기업 총수 7인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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