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계에 부수업무로 펀드판매를 허용했지만 현재 이를 도입한 저축은행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시장 의향 조사 이후 뚜렷한 인가 절차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장에서는 펀드판매 운영 사업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해 실효성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추진한 이번 정책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규제완화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저축은행들의 펀드판매를 허용했으나 현재 인가를 받고 사업에 착수한 저축은행은 한 곳도 없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저축은행업계의 펀드판매가 허용됐으나 제한 기준을 지정해 일부만 허용해준 상태"라며 "금융당국이 사업 의향 조사를 통해 몇몇 저축은행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나 인가 절차가 준비 중이라 아직까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 등에 펀드 판매를 허용했다. 우선 머니마켓펀드(MMF), 일부 채권형 펀드 판매를 허용하고 2년 후 실적을 감안해 상품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었다.
특히 이 가운데 저축은행에 대해서만 자산 3000억원, BIS 비율 7%, 자기자본 250억원 이상인 30개사로 제한하기도 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아직 인가 신청을 한 곳은 없지만 협의 중인 금융사들이 있다"며 "신청 후 2개월 내 인가를 내줄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종룡 위원장이 올해 3월 금융 신문고 행사를 개최하면서 상호금융권 등 지역 금융사의 역할 강화를 통한 지역민의 자산관리 기회를 넓히는 방안으로 펀드판매 허용을 추진해왔지만 8개월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저축은행업계는 펀드판매 사업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이 적을 것으로 보고 실효성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전담 부서 및 펀드상품 전용 전산시스템 구축, 해당 전문가 교육 및 영입 등에 투입할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며 "사업 진행을 위한 인프라를 구성했다고 해도 사업투자대비 수익이 적을 것으로 판단돼 사업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저축은행중앙회가 펀드판매 사업의향 조사 결과 펀드 판매 자격이 있는 저축은행 30개사 가운데 사업진행 의사를 밝힌 곳은 6곳에 불과했다.
이 같이 펀드판매 정책 지연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내놓은 정책 실패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들의 부수업무 허용은 포지티브 방식띠고 있어 부수업무 확대에 제한이 걸린 상태에서 먹거리 확대해주기 위해 내놓은 정책마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반응 역시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해 사업 활성화가 어렵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정책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세부적인 인가 절차를 마련하고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할 경우 후속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의 상황에 맞춰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내부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업계에 부수업무로 펀드판매 허용했지만 현재 이를 도입한 저축은행이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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