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 명목 등으로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정씨의 재판 등과 관련해 "잘 챙겨보겠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의 심리로 9일 열린 1회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부장판사의 재판에 성형외과 의사 이모씨(52)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정씨의 상습도박 사건 1심 선고 전 김 부장판사가 '좋은 결과가 있을 테니 기다려보자'라는 말을 했으며, 당시 구치소에 있던 정씨에게 면회를 가 이 말을 전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정씨와 김 부장판사를 소개해 준 인물로, 정씨의 구명 로비 청탁 명목으로 지난해 11월~12월 정씨 측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9000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씨가 정씨의 상습도박 사건 재판부에 선처를 부탁하고, 네이처리퍼블릭 '수딩젤'의 이른바 '짝퉁' 제품을 제조·유통한 사범을 엄하게 처벌해달라는 로비를 하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봤다.
이씨는 또 "김 부장판사가 정씨의 상습도박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와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며 이모 변호사를 소개해줬으며, 실제로 1심 변호인으로 그를 선임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짝퉁 수딩젤로 네이처리퍼블릭이 입은 손해가 커 김 부장판사에게 엄벌해 달라는 부탁을 했으며, 김 부장판사도 '엄중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 항소심을 맡으며,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난 수딩젤 짝퉁 제조·유통업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씨의 진술에 따르면 정씨는 민·형사 사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김 부장판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다. 정씨는 처음에 BMW 신차를 선물하려 했으나, 김 부장판사가 부담스러워하자 자신이 5년 동안 타고 다니던 외제 차 레인지로버를 줬다. 정상적인 중고차 거래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가짜 매매 형식을 취했으며, 김 부장판사는 5000만원을 정씨에게 송금했다. 이 씨는 "정씨가 차량 대금 5000만원을 돌려줄 때 웃돈을 얹어 총 2억원을 줬다"며 "김 부장판사도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표하거나 다시 돌려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정씨로부터 재판 청탁 명목 등으로 1억8000여만원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처벌법상 뇌물 및 알선수재)로 구속기소 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9월30일 사건 청탁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징계청구사유를 인정해 김 부장판사에게 정직 1년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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