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한고은 기자]"미국 대선이 끝나면서 한국 경제에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트럼프가 초래하는 고유한 불확실성만 남았다"(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바람앞의 등불인 상황에 놓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번 미 대선의 결과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지금까지 트럼프가 내걸었던 공약들이 자국 산업 보호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넘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의 공약이 다 이행되긴 어렵겠지만 대미 수출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FTA 협정은 국가 간 협정이라 급진적인 변화는 없겠지만 수출 경로면에서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으로의 직접적인 수출과 함께 중국으로 부품을 수출, 완제품 조립 후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이 직접적인 개방 압력을 가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양허안 스케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재권, 특허권 등의 개방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예측이 불가능한 트럼프의 행보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문 연구위원은 "트럼프 집권이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액션을 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때문에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한국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출이 무너질 경우 주가와 환율 문제 등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연간 50억달러가 줄고 이에 따라 일자리 5만여개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은 수출 중심 경제인데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심각해질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위축되면서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의 정책도 관심이 모아지는 부분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안보 문제 자체가 경제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주한 미군 문제는 다르다"며 "주한 미군 이슈에 있어 분담금 문제로 그치면 다행이지만 지위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면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정근 교수도 "방위비 분담 증가 문제 정도가 아니고 철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오면 한국의 존립자체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TPP 협상 지연에 따른 반사이익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TPP 협상 지연에 따라 엔화의 가치가 올라갈 경우 일본과의 경쟁관계에서 어느 정도 우위를 얻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이익 규모 보다는 수출 타격으로 인한 악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왼쪽부터 전성인 홍익대 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오정근 건국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교수. 사진/뉴스토마토
세종=이해곤·한고은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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