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8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주면 임명해서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야3당 대표들이 거부의사를 밝혔다. 총리에게 넘기겠다는 권한이 모호하고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추미애·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 사랑재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비상시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3당 대표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명명하고 오는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각 당 당력을 집중해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검찰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진상규명을 위한 별도특검과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날 박 대통령의 제안이 ‘일고의 가치가 없음’을 확인하고 각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한 민생·국가안보 챙기기 행보에도 주력하겠다는 점도 합의사항에 들어갔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별도 브리핑을 통해 “(총리의 내각 통할에 대한) 세부적인 권한 설명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을 두고 실제 총리에게 조각권을 주고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운영권한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허원제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박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으나 회동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야3당은 박 대통령의 거취문제 등에 대해서는 의견차이를 보이며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요구에 의견을 같이 했지만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탈당을 전제조건으로 거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이번 사안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공동 책임도 있다”며 “이를 중심으로 국민들의 명령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통령 탈당 문제가 중요 이슈처럼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가운데 임종룡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에 한정한 인준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각 당의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야3당 대표는 12일 광화문 촛불집회 후 정국현안과 경제·안보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추가 회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 대해 새누리당 김성원 대변인은 “야당 대표들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만 하고 있다”며 “야당에서 조속히 총리후보자를 추천해 국회가 국정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야당의 ‘거국중립내각’ 제안을 대통령이 수용한 것을 두고 시간만 끌려는 제안이라고 폄하까지 하고 있다”며 “정국정상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왼쪽부터)가 9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야3당 대표 회동 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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