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청와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검찰이 20일 이번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최씨를 기소하기 전 공모 관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한 인지 과정을 거쳐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우선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57) 전 정책조정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 53개 회원사를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대한 출연금 총 774억원을 강제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박 대통령의 공모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롯데그룹의 지원, KD코퍼레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납품·광고 발주 등에도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포스코(005490)를 상대로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한 후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맡도록 하고,
KT(030200)를 상대로 최씨와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차은택(47·구속)씨의 측근을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한 혐의에도 박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이와 함께 정호성(47) 전 제1부속비서관이 사전에 일반에 공개돼서는 안 되는 47건의 공무상 비밀을 최씨에게 유출한 혐의에도 연루됐다.
검찰은 이중 롯데그룹이 최씨가 추진하는 하남 복합체육시설 건립 비용으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롯데그룹의 부정한 청탁이 없고, 제3자뇌물수수 혐의가 명확지 않아 우선 최씨와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후 박 대통령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은 박 대통령과 관련한 강제수사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금도 뇌물이 아닌 강압 때문에 지원한 것으로 봤지만, 이날 공소 사실에서 빠질 수 있는 의혹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전략적인 부분보다는 사실관계 드러난 것을 중심으로 공소장을 작성했다"며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99% 입증할 수 있는 부분만 설명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최씨와 딸 정유라(20)씨 소유의 독일 법인 비덱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송금한 것을 포함해 그동안 정씨의 말 구매, 승마 경기장, 전지훈련 등을 위한 특혜를 제공해 왔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어진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 국가 기밀문서를 전달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도록 방조하는 등 감찰·예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는 우병우(49)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공범이라고 밝힌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이영렬 검찰수사결과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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