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우려에도 부동산 불나방…"기댈 곳 여기밖에"
높은 전세가율에 '갭투자' 성행…"불확실성에 수요 많은 시장으로"
전문가들 "대출 금리 인상 등 불안 요소 많아 투자 신중해야"
2016-11-21 15:53:12 2016-11-21 15:53:12
[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자영업자 김성돈(37·남)씨는 2년 전 수도권 서부 한 신도시 청약에 당첨된 이후 전매기간이 지나 웃돈 2000만원을 받고 분양권을 팔았다. 이후 하남 미사와 화성 동탄2, 남양주 다산 등 수도권에서 잘 나간다는 신도시에서 청약에 나섰지만 번번히 당첨에 실패했다.
 
그는 이달 초 정부가 분양시장 과열지역을 중심으로 전매제한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나서면서 청약을 포기하고 일주일 전 서울 노원구에서 소형 아파트 한 채를 매입했다. 전세를 끼고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통해 투자금은 5000만원 가량이 쓰였다. 
 
공급증가와 과열, 전반적인 내수 침체 등으로 부동산 시장 거품 붕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성장이 멈추고 있는 국내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나섰던 정부마저도 과열에 따른 부작을 우려해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 뿐만 아니라 일반 서민들도 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은행이나 주식, 펀드 등도 이미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소득 인상이 뒷받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지만 그나마 수익이 괜찮은 부동산 밖에는 마땅한 재산 증식 방안이 없어 청약이 아니더라도 대체 부동산 투자처 찾기에 나서고 있다.
 
◆청약시장 규제에 기존 주택 '갭투자'로 몰리는 투자자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6241건으로, 하루 평균 347건 가량의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8건과 비교해 24.8%나 증가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빠른 월세전환으로 올 초만 하더라도 작년과 비교해 1월 -24.2%, 2월 -15.6%, 3월 -28.5% 등 높은 감소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1.0% 늘면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8월 17.6%, 9월 27.0%, 10월 15.8% 등 상승 반전했다.
 
전세가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그동안 청약시장을 중심으로 몰린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갭투자'에 나선 것이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된다.
 
서울 노원구 하계동 그린공인 관계자는 "최근 2~3년 동안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심권 전셋값이면 충분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며 "어차피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전세를 끼고 매도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10월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최근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여전히 73.7%에 달한다. 특히 강북권은 77.9%에 이르며, 성북구(84.0%)와 서대문구(80.7%), 동대문구(80.3%) 등은 80%를 웃돌고 있다.
 
실제 이달 거래된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1차 전용 84.96㎡의 실거래가격은 매매 5억1500만원, 전세 4억4000만원으로, 전세가율이 87.4%에 달했다. 7500만원이면 서울 기존 아파트 투자가 가능한 셈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지속적인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가 계속 이어지면서 기존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채워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14년까지 매년 2만가구 수준이던 서울 멸실주택수는 지난해 3만4000여가구로 늘었다. 또 올해는 4만7000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정부의 청약시장 규제에 기존 주택 '갭투자'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전세 거래량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높은 새아파트 선호도…서울 및 수도권 역세권 청약 인기 지속 전망
 
전매제한 등 정부의 강력한 청약시장 옥죄기에도 서울을 비롯한 인구 밀집지역 청약시장은 실수요가 지속적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새아파트는 주거 쾌적성이 뛰어난데다 소형이라도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 갈수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도심권에서 분양을 할 경우 사전조사를 해보면 1주택자들이 낡은 아파트를 벗어나 새아파트로 옮기면서 보다 쾌적한 환경에 거주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설계에 그런 부분을 반영해 평면이나 생활편의시설 등을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요자들의 새아파트 선호는 입주 연차에 따른 매매가격 상승률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10월말 기준 서울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318만원으로, 입주 10년이 넘은 아파트 평균인 1810만원과 508만원이나 차이를 보였다. 지난 2014년 269만원, 작년 36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 없어 "그래도 부동산"…대출금리 인상은 주의해야
 
정부의 규제 강화로 부동산이 아닌 다른 투자 상품을 찾기도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투자수요가 남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뒤 세계 경제는 물론 국내 경기 침체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면서 주식 등에 대한 투자가 더욱 소극적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남영우 나사렛대학교 교수는 "당선 이후 트럼프의 기존 강경 노선이 다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방향은 변함이 없다"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여건 상 기업의 수출 감소는 증시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투자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택의 경우 매수자가 많을 경우 직접적인 가격이, 또 임차인이 많아도 임대소득으로 인한 수익이 가능해 수요가 충분히 뒷받침되는 지역들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높다"며 "다만, 나홀로 아파트나 교통이 불편한 지역은 하방 압력이 높은 만큼 매도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발 금리인상 우려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 시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특히 최근 미국발 불안요소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투기성이 아닌 안정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3.18, 최고 4.78%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금리도 지난 9월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금리인상은 결국 대출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한 수요자의 수익률을 낮추는 가장 직접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라며 "향후 금리가 추가로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빚을 낸 투자보다는 여유 자금을 통한 투자가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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