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저금리 영향으로 투자는 물론 실수요가 여전히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있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보다 팔겠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가격 오름폭이 둔화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한 달 새 상승률이 3분의 1 토막이 났고, 재건축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강남권의 경우 이미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매수심리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연내 하락세 전환이 예상된다.
22일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기준 전국 매수우위지수는 64.2로, 전주(69.2)보다 5.0p나 하락했다. 지난 10월 둘째주 86.7로 정점을 찍은 이후 5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인천과 충북을 제외한 전국에서 하락세가 이어졌다. 세종(-12.0p)과 충남(-10.8p)는 10p가 넘는 하락폭을 기록하며 매수세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서울 역시 강남권(-8.2p)에서 하락폭이 커지면서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7.8p가 떨어졌다.
매수우위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매도보다는 매수우위 비중이 높음을 의미한다. 100 아래는 매수우위, 즉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을 뜻한다.
9월 이후 전국 및 서울 매수우위지수 변동률 추이. 지난 10월 이후 매수우위지수가 5주 연속 하락하며 매수자 우위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료/KB국민은행
역시 100을 기준으로 하는 매매거래지수 역시 16.5를 기록하며 전주(20.2)보다 크게 낮아졌다. 서울은 15.0으로, 매매거래가 활발하다고 여기는 비중은 0.6%에 불과했지만 한산하다고 보는 비중은 85.6%에 달했다.
시장에 물건이 쌓이고 있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일선 현장에서도 매수우위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구 채은희 개포부동산 대표는 "10월과 비교하면 1억원 넘게 가격이 빠진 물건도 나오고 있다"며 "당장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반 아파트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실수요 중심의 거래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이전에 비해 매수세는 크게 약해졌다는 전언이다.
강서구 가양동 I공인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은 그래도 집을 사고는 있지만 전세난이 한창 심할 때보다는 물건 부족이 덜한 상황이다. 매수보다는 전세로 머무는 수요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상승폭도 빠르게 축소…"매수심리 회복 쉽지 않아"
이렇듯 매수세가 둔화되자 가격 상승폭도 빠르게 꺾이고 있다.
이달 둘째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4%로 전주(0.05%)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지난 10월 둘째주(0.09%) 이후 4주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은 같은 기간 0.21%에서 0.06%로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재건축 중심의 강남3구는 강남구 -0.03%, 서초구 -0.02%, 송파구 -0.01% 등 이미 하락세로 전환됐다.
지난해 말 하락세로 전환된 대구와 경북은 올해 단 한 주도 상승 전환되지 못한 채 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충남, 충북, 경남 등에서도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내 가격 하락세 전환이 확실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인상과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 등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아 시장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아무리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도 시중은행들에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올리기 시작하고 있고, 또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한 번 꺾인 수요자들의 매수심리 회복은 쉽지 않다. 미국 대선 등 글로벌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가격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시장에 주택 매수자보다는 매도자들이 넘치며 거래가 줄고, 가격도 약세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내 가격 하락전환이 예상되고, 내년 역시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내년 주택시장 하락 전망…"공급·금융 리스크 상존"
내년 주택시장 역시 가격이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 나오고 있다. 매매는 물론 전세가격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가격 반등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전국 매매가격이 0.8%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보합세가 예상되지만 지방이 1.5% 떨어지면서 하락세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전세가격 역시 1.0% 정도 떨어지면서 그동안 이어진 매매가격 상승세 뒷받침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준공 물량이 크게 늘면서 주택소유주가 임차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이미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도 기존 주택 판매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신규주택시장과 재고주택시장 모두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증가 등 공급 리스크뿐만 아니라 금융 리스크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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