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 정책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후속적인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는 한계점이 있지만 완화와 규제의 강도가 극단적으로 치달으면서 시장 혼란과 가격 급변을 초래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요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 방향 제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신고된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단 1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이달이 1주 가량 남아있고, 계약일 기준 60일 이내라는 신고일 기준이지만 지난달이나 작년과 비교하면 거래가 줄었다.
부동산 1번지로 불리는 강남권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개포동은 작년 11월 111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며, 10월에도 61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거래가 끊긴것 뿐 아니라 가격도 급락했다. 10월 8억7000만원에 새주인을 찾기도 했던 개포동 시영 전용 40.53㎡는 이달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1억원이 빠진 것이다.
가격 추가 하락 우려에 매도자는 물건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호가 하락은 이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개포동 G공인 관계자는 "거래가 없다보니 시세가 얼마라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팔겠다는 사람이 최근 고점보다 2억원 가까이 낮은 가격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강남 재건축 시장은 최근 폭락뿐 아니라 불과 몇 개월 전에는 폭등을 경험했던 곳이다. 지난해 말 11억원 수준이었던 개포주공1단지 전용 58.08㎡는 지난 달 14억3000만원에 거래되며 1년 사이 3억원 넘는 가격 상승을 보였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주택 보유자들도 가격 상승을 기대해 강남권 청약에 뛰어든데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등 재건축 시장 호재로 인해 투자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격이 오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투기 과열을 막기 위해 강남 재건축을 겨냥한 11.3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시장이 급랭하는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정부의 오락가락 주택정책에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서 단기간에 수억원의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고 있다. 일관성있는 장기적 정책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결국 정부의 거래 활성화 유도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이후 득을 본 것은 투기수요와 중개업자들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택업계 전문가는 "서민들은 전세도 매매도 모두 오르면서 주거환경이 더 악화됐다. 물론 일부기는 하지만 타이밍을 잘 맞춰서 매도와 매수에 나선 사람은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해당 지역 중개업소들 역시 한 채에 10억원이 넘는 물건을 거래 시키면서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격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또 투기수요가 활개를 치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정부는 피해갈 수 없다. 큰 틀의 정책적 방향없이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며 단기 처방에 급급해 왔기 때문이다.
M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과열이 있거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맞춤형 처방을 내놓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정책 방향이다. 정책이라는 것이, 특히 부동산은 선제적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장기적인 방향성 부재다. 단기적이거나 국지적으로 가격 급변이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의 정책 추진에 대한 확고한 방향 제시가 있다면 이같은 폭락이나 폭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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