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꼼수" vs 여 "구국의 결단"…엇갈린 반응
심상정 "탄핵 교란 작전지시"…정진석 "국민에 대한 항복 선언"
2016-11-29 18:47:36 2016-11-29 18:47:36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9일 “국회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소위 ‘조건부 사퇴’에 여야 정치권은 크게 출렁였다. 야3당은 “탄핵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일제히 반발하며 탄핵절차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결단”이라며 탄핵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총회에서 “조건 없는 하야가 민심이고 즉각 퇴진이 국정 수습 지름길이자 유일한 길임에도 대통령은 하야 언급 없이 국회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며 “한마디로 탄핵을 앞둔 교란책이고 탄핵 피하기 꼼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촛불의 민심과 탄핵의 물결을 잘라버리는 무책임하고 무서운 함정을 국회에 또 넘겼다”며 “대통령 스스로의 책임이나 퇴진 일정은 밝히지 않고,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것은 현재 (야당과) 여당 지도부와 어떤 합의도 되지 않는다는 계산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국회로 공을 넘겨 여야 정쟁을 유도하고 새누리당을 방탄조끼 삼아 탄핵을 모면하려는 꼼수”라며 “대국민담화가 아니라 새누리당을 향한 탄핵교란 작전지시”라고 꼬집었다.
 
심 대표는 “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이야기 했지만 아무것도 내려놓은 것이 없다”며 “야3당은 국민들을 믿고 탄핵절차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혼란을 막기 위한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항복을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상황변화가 생긴 만큼 두 야당과 대통령 탄핵절차 진행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며 “국정 교착상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국중립내각 구성문제 등 야당과 교섭해서 어떤 로드맵을 만들 것인지 의견을 모아달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특히 “개헌이 이뤄지면 헌법 개정절차에 따라 대통령의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이뤄질 수 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와 같은 5년 단임 대통령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과 비극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이제 끝장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 탄핵문제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내 비박계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비박계는 이날 회동을 가졌지만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 나경원 의원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면서도 “대통령 임기 단축에 대한 여야합의를 먼저 봐야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22일 선도 탈당한 김용태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을 진행하고 정치권이 이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탄핵을 흔들림 없이 진행하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기 처지를 모면해보고자 온갖 용을 쓰고 있다”며 “법을 안 지키는 대통령에게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대로 하면 된다”고 일침했다.
 
남 지사도 “새누리당내 탄핵 찬성 입장 밝힌 의원들은 흔들려서는 안된다.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며 “대통령은 조건 없이 사퇴하고 탄핵은 흔들림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안이 가결되면 어차피 대통령직 수행이 불가능한데, 그걸 가지고 미리 생색을 낸 것”이라며 “전날 친박계가 퇴진을 요청해 이날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결국 당내 친박계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라며 박 대통령의 이날 담화문에 담긴 의도를 해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남경필(왼쪽) 경기지사가 김용태 의원과 함께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절차 진행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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