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화장품 업계의 중국 마케팅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스타 마케팅이 어려워진 가운데 온라인 유명인사인 왕홍을 이용한 마케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왕홍은 한류 스타를 내세운 마케팅의 대안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 어려워지면 사실상 중국에서의 활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이 추진한 한·중 왕홍 마케팅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메디힐은 한국의 한 종편채널, 중국의 쓰촨위성TV와 함께 자사 마스크팩을 홍보하는 내용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출연진은 왕홍 2명과 사회자 2명 등 중국인 4명과 한국 연예인 5명으로 이미 지난주 서울 명동 메디힐 매장에서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연말 즈음에 한·중에서 동시 방영키로 했던 해당 프로그램은 현재 중국 방영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중국 방송국 측에서 갑자기 방영을 못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며 편성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메디힐 관계자는 "추후 편성이 되더라도 겨울에 제작한 프로그램을 한참 뒤 계절이 바뀌고 나서 방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면서 "왕홍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한국에서만 방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메디힐은 이번 마케팅에 사용된 비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보통 왕홍 2~3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행사를 진행하는 데 수천만원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왕홍은 적게는 수천만명에서 많게는 수백만명의 팬을 확보한 중국의 인터넷 유명인사다. 이들이 인터넷 개인방송이나 SNS를 통해 소개하는 상품이 팬들의 구매로 직결되는 등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
올해 하반기 이후로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 정부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왕홍이 중요한 홍보 채널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LG생활건강(051900)이나
아모레퍼시픽(090430), 애경 등 화장품 기업 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업계에서 왕홍을 초청해 진행하는 행사는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적 체결에 반발한 중국 정부가 각 방송국에 '한한령'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왕홍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였다.
실제로 얼마 전 중국법인 설립을 완료한 A.H.C의 카버코리아는 왕홍과 소비자 프로모션을 중국 마케팅의 핵심 방향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 김혜수, 이보영, 임수정, 강소라 등 빅모델 4명을 활용하며 스타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 동안 한류스타를 전면에 내세우던 곳들도 최근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지난 9월 소녀시대의 태연을 글로벌 모델로 기용한 바닐라코는 아직까지 중국에서 태연을 활용한 광고 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다. 한류스타 현빈을 메인 모델로 쓰는 메디힐은 중국에서는 중국 국적인 미쓰에이 페이의 단독 광고도 선보이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사드배치 결정 이후 나온 움직임에 대해 중국 정부는 어느 것도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아 브랜드 차원에서 대응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추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숨' 론칭 9주년 행사에서 개인방송을 하고 있는 왕홍들의 모습. (사진제공=LG생활건강)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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