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기 전까지 새누리당의 위기 상황을 수습해 나갈 원내대표 선출 일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정해지면서 당내 주류와 비주류 간 계파 대결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던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에도 우리 새누리당 의원들은 같이 모여서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며 "원내대표가 왜 사의를 표명했는지, 그 이후에 원내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충분히 의견을 듣고 원내대표단 구성 관련 의원들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의 책임을 지고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사의를 밝혔다. 이정현 대표 등 친박 지도부는 정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 이후 회의를 열고 오는 16일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현재 새누리당 상황에서 차기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 전까지 고조되고 있는 분당 위기를 수습하게 되며, 당 주도권 확보에 중요한 비대위 구성에 주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친박(박근혜)과 비박, 각 계파에서 자기 진영에 유리한 원내지도부가 들어서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사의를 밝히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시점이 '예산안 처리 후'에서 탄핵안 가결 후에는 '의원총회 뜻에 따르겠다'고 유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원내대표 직위가 당내 주도권 싸움과 예민하게 맞물리는 상황이다.
비상시국회의가 "균형추 역할을 잘 해왔다"며 사실상 재신임 입장을 발표한 직후 정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이 이뤄지고,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채 일주일도 남지 않게 되면서 두 계파는 표 계산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원내대표 선거는 투표권이 있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128명을 두고 벌이는 표싸움이기 때문이다.
비박계 이혜훈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박계에서) 원내대표 선거를 저렇게 밀어붙이니까, 현재로서는 친박표가 비박보다 많지 않겠느냐"라며 "(김무성 전 대표가) 원내대표는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과 두 명이 동시에 당선되는 것이기 때문에 '당 지도부에 두 명이라는 굉장히 큰 숫자를 친박들이 자기들 사람으로 만들어놓겠다'는 부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창당하겠다고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친박계에서는 정우택·김정훈 의원, 비박계에서는 주호영·나경원 의원 등을 원내대표 후보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아무래도 친박계에서는 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그래도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의원을 내세워야 하지 않겠나 한다"고 설명했다.
비상시국회의 소속 한 의원 역시 "정말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진다면 친박, 비박 한 사람씩 나가든지 친박에서 '낀박(친박과 비박 사시에 낀 세력)'을 넣어서 하는 식의 구도가 형성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은 "원내부대표로 있는 몇 명이 (정 원내대표에게 본인들이 사퇴하겠다는 식으로) 압박을 가한 것 같다. 그래서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비박계에서 원내대표 선거를 보이콧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두 계파 모두 세 확대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비상시국회의는 이날 회의를 통해 탄핵안 표결에서 드러난 중립지대 의원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모임체로의 ‘발전적 해체’를 결의했다. 반면 서청원 의원 등을 중심으로 한 친박계의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도 창립총회를 열고 계파세를 과시했다. 11일 준비모임 당시 40명에 달했던 현역 의원들의 숫자는 이날 행사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까지 35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과 통합 보수 연합' 출범식 참석한 서청원(왼쪽)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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