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소 불구 제조업 과잉 투자…사실상 방치된 설비 규모 85조원
3분기 가동률 72% 불과 …현경연 "기업 M&A 촉진을"
2016-12-18 14:31:33 2016-12-18 14:31:33
[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어나 생산라인 가동률이 대폭떨어지는 가운데 제조업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미 투자된 제조업 설비 가운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규모가 약 85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8일 발표한 '국내 제조업, 얼마나 과잉투자되어 있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제조업 과잉자본스톡 규모는 약 85조원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대비 5.8% 수준이었다. 이는 산업별 잠재GDP와 총요소생산성 등을 분석한 결과다.
 
과잉자본스톡이란 투자된 누적 자본금이 수요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처럼 제조업 과잉투자 규모가 증가한 것은 산업구조 변화로 성장잠재력이 떨어지고, 경기 침체 장기화로 생산설비 가동률이 떨어져서다.
 
제조업 잠재성장률은 지난 1995~1998년 8.78%에서 2011~2015년 5.87%로 약 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총요소생산성 기여도가 4.79%에서 2.05%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수요 감소와 인플레이션 압력 감소로 제조업 GDP 갭률은 2012년 마이너스 수준으로 하락했고 최근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서 경제 전반의 과잉공급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GDP 갭은 실제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말한다. GDP 갭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실제 GDP가 잠재 GDP보다 작다는 뜻이다.
 
올해 3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4%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74.4%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2014년 -0.3%로 통계작성 후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3.0%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2000년대 초반 6~7%대였던 평균 영업 이익률도 최근 4% 초반대로 떨어졌다.
 
제조업 총자본투자효율은 2004~2006년 24.6%에 달하던 것이 2013~2015년 19.0%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총자본투자효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6.4%로 하락한 이후 최근에도 위기 이전의 20%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건설업은 잠재 GDP 성장률이 0%대의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012년 이후 GDP 갭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1조7000억원에 달했던 과잉투자 규모가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비스업도 잠재 GDP 성장률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GDP 갭률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과잉공급 우려는 다소 약화했다. 외환위기 당시 90조원에 육박했던 과잉자본스톡 규모가 구조조정 등에 따른 GDP 갭률 축소로 2014년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해소됐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제조업 과잉투자 해소를 위해 산업 구조조정 정책 추진과 기업의 인수·합병을 장려하고 경기 급락 현상 예방을 위해 적극적인 경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경제·사회 전반의 생산성 제고와 같은 구조적인 개선 노력을 병행해 국가 경쟁력 제고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신성장산업 발굴 노력 강화를 통해 산업 구조의 개선은 물론 미래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제조업은 특히 다른 산업보다 수급 불균형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며 "현재 구조조정이 추진 중인 조선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들도 선제적인 정책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어나 생산라인 가동률이 대폭떨어지는 등 제조업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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