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상승에 불안한 부동산…청약 포기 실수요↑
11.3 대책으로 계약 포기 시 조정 지역 5년간 1순위 제한
내년부터 입주물량 봇물…집값 하락 우려로 주택 구입 망설여
2016-12-20 15:25:24 2016-12-20 15:25:24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갈수록 강화되는 대출 규제와 금리 상승으로 주택구입을 포기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뚫고 당첨이 됐지만 향후 부담해야 할 대출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45)씨는 이달 중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부동산 대책으로 청약률이 많이 떨어진 가운데서도 서울 강남권으로 입지가 좋고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청약 경쟁률이 수십대 1로 치솟았던 단지다. 하지만 이 씨는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앞으로 갚아 나가야 할 대출 부담 때문이다.
 
이 씨는 "이번 계약을 포기하면 앞으로 서울에서는 5년 동안 1순위 청약을 넣을 수 없지만 앞으로 대출금을 갚을 생각을 하면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다""부동산 경기가 꺾인다는 말이 많은데 나중에 집값이 떨어지면 주택 매입을 고려해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국내 시중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진 탓이다. 또 내년에도 세 차례 이상 미국이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능하면 대출을 피하려는 심리가 확산 되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평균 3%대 중반으로 지금 같은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내년 1분기에는 4%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기준이 6억원 이하로 내려가면서 서민들의 대출 창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아울러 공급과잉으로 2~3년 후 입주 시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1월 전국에서 아파트 24751가구가 입주를 시작한다. 1월 입주물량으로는 2000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서울 입주 물량이 올해 1월 보다 9000가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의 입주대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말부터 올해까지 분양된 물량이 입주를 하는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6만 가구가 넘는 새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 대비 3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그나마 서울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수요가 시장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방은 공급물량을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영등포구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청약을 넣었던 사람들도 대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최근 전셋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직장인들이 느끼는 전세나 월세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크다. 그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수요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높은 대출금리에 대한 부담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주택구입을 포기하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부산시 해운대구 e편한세상 동래명장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대림산업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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