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21일 국회의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에 대한 전면 재검토·연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잘못된 외교안보 정책을 운영하면 국가안보에 치명적 위기를 불러온다”며 사드 배치 유예 필요성을 주장했다. 사드 포대는 현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부지에 내년 중 배치가 예상되고 있다.
이 의원은 “북한 핵 위기라는 국가안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드배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과 한·중 갈등, 수도권 방위 무용, 동북아 안보문제 가속화, 사회적 갈등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상황과 생명, 평화 등을 중시하는 새로운 안보개념을 소개한 이 의원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감소요인이 된다”며 내년 중 배치 방침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황 대행은 “내년 5월 사드 배치가 확정된 것이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날짜가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내년 중 배치 예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올해 초 정부의 개성공단 잠정중단 결정에 대한 적절성 여부도 도마에 올랐다. 이 의원은 “개성공단에 입주해 있던 123개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국내총생산(GDP)의 0.04% 수준이었다”며 “개성공단을 착실히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해왔다면 기여율이 GDP 대비 0.6%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안보현안 결정 시 경제부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에 경제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사업에 투자했던 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도 질의응답이 오갔다. ‘교육부 장관이 청와대나 권항대행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장관으로서의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냐’는 민주당 유은혜 의원의 질의에 황 권한대행은 “국정 운영 과정에서 (장관에 대한) 압박이 있어서는 안된다”며 장관 의사를 존중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준식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이날 대정부질문 중 “오는 23일까지가 역사교과서에 대한 의견수렴 기간이며, 다음 주 중에는 도입 방안에 대해 발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교과서 도입의 1년 유예 결정이 장관 고시를 통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장관 고시를 통해 가능하다. 별도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른바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에 있는 최순실씨 일가 문제도 다뤄졌다. 노웅래 의원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이 미르·K스포츠 재단으로 대표되는 대기업 모금이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료방송 허가 동의권을 활용한 방송장악이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방통위가 유선방송사업자(SO)를 통폐합한 후 대기업 중심의 IPTV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최씨가 내년 대선에서 방송을 컨트롤하고 광고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음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방안에 대해 방통위가 나름대로 검토해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황 대행의 사퇴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국민들은 황 대행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았으며 공안검사·법무부장관을 역임하며 공무 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의심도 받고 있다”며 “세월호 수사에 외압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특검 수사대상에 오를 경우 사퇴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 대행은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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