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음료업계 후발 주자들이 가격 인상 막차 탑승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라면과 맥주 등 선두 업체들의 잇단 가격 인상이 이어지며 인상 동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눈치 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최근 가공식품의 불합리한 가격 인상을 억제할 것을 지시하면서 정부 규제와 악화된 여론 사이에서 업체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라면업계 1위인
농심(004370)의 라면값 인상을 지켜본 후발 주자들은 "현재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상 규모와 시기를 두고 저울질 중이다.
앞서 농심은 지난 20일부터 라면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다. 2011년 11월 이후 5년 1개월만의 가격인상으로 최근 출시한 짜왕, 맛짬뽕 등 프리미엄 라면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전체 28개 중 18개에 대한 대대적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에 이어 가장 먼저 인상 동참이 점쳐졌던 오뚜기는 내부 검토도 부인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인상요인은 있겠지만 현재까진 인상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오뚜기의 지난해 겨울 대비 프리미엄 라면에서 성과가 하락하고 있고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성 개선 시점이 다가올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삼양식품도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삼양식품은 2011년 말 가격을 인상한 뒤로 현재의 가격을 유지 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가격인상요인이 계속 누적돼온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내부 검토 중에 있고 여러 시장상황을 살핀 뒤 가격정책을 결정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라면시장에서 부진을 거듭하던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 글로벌 매출이 호조를 보이며 부진 탈출의 조짐을 보이는만큼 가격인상을 통한 실적 개선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맥주업계도 가격인상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000080)가 맥주 가격을 올리면서 업계 3위 롯데주류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주류의 경우 경쟁사의 인상 러시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만큼 판매 물량 증가와 점유율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내부 기대감도 존재한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가격 인상 대열에 결국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주류가 맥주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거나 판매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지연시키겠지만 가격 인상 보류에도 실적 개선이 없으면 가격 인상 동참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위)과 맥주 제품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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