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준상기자] 2016년 한 해 국내 주식시장은 세 차례에 걸친 대·내외 ‘빅 이벤트’ 여파 속에 그간 이어온 박스권 탈출에 재차 실패했다. 연초 차이나쇼크부터 연말 트럼프쇼크까지 이어지는 리스크요인이 장기 박스권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게 작용했다.
대·내외 빅 이벤트에 박스권 탈출 또 실패
코스피는 올해에도 지난 2011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장기박스권(1800~2200포인트) 굴레에서의 탈출에 또 다시 실패했다.
증시 폐장일(29일)을 하루 앞둔 28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7.68포인트(0.87%) 하락한 2024.49포인트로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의 종가기준 최고치는 2068.72포인트(9월29일), 연중최저치는 1835.28포인트(2월12일)를 기록했다. 연중 고점과 저점의 차는 지난 2011년 이후 평균인 200포인트대를 유지했다. 코스피 수익률은 연초 대비 5.51%를 기록했다. 이는 주요국 증시 중 중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 한해는 브렉시트, 갤럭시노트7 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악재성 빅 이벤트가 연속됐다. 이에 코스피는 2100포인트 돌파에 실패하며 그간 이어온 ‘박스피(박스권 코스피)’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코스피는 2011년 이후 지속된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횡보했다"며 "연초에는 중국시장 급락으로 인한 차이나 쇼크, 6월에는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 연말에는 예상치 못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시장 하락흐름을 이끌었다"고 짚었다.
세 차례에 걸친 큰 충격…차이나·브렉시트·트럼프 쇼크
올해 주식시장은 세 차례의 큰 충격이 가해졌다. 연초 중국시장 급락으로 인한 차이나 쇼크,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충격, 11월 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그것이다.
올해 증시는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개장 첫날(1월4일) 중국 상하이 증시가 경제지표 부진 등의 영향 속에 7% 가까이 폭락하면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 장 마감까지 거래가 중단되자 이에 동조한 코스피 역시 2.17% 뒷걸음쳤다.
새해 개장 첫날인 1월4일 상하이 증시가 중국 경제 지표 부진에 중동의 정정 불안이 겹치면서 하루 6.85% 폭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고 장 마감까지 거래가 중단되는 패닉 장세를 보이자 코스피도 2.17% 급락했다. 여기에 북한이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자 정부가 2월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면서 코스피는 연초 1800선을 횡보했다. 2월12일에는 지수가 1835.28포인트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종가기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도 1160조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6월에는 유럽발 충격이 증시를 강타했다. 지난 6월24일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 결과 51.9 대 48.1로 탈퇴가 결정되면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코스피 일중변동폭과 하락폭은 각각 108.80포인트, -61.47포인트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말 예상을 뒤엎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트럼프 쇼크’로 지칭되며 또 한 번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 11월9일(한국시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그간 예측과 대선 당일 조사 등에서 당선이 우세했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코스피는 2.25% 하락했다.
거래시간 연장했지만 효과는 ‘글쎄’
침체된 주식시장의 거래활성화를 위해 지난 8월 시행한 거래시간 연장(30분)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거래소는 지난 8월1일 중화권 주식시장과의 중첩 강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고, 투자자의 투자편의를 높이기 위해 증권·파생상품시장의 정규 매매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유동성 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정규시장의 일평균거래량은 3억6819만4000주, 일평균거래대금은 4조3890만2700만원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일평균거래량은 21.03%, 일평균거래대금은 18.51% 하회하는 수준이다. 코스닥시장의 일평균거래량은 6억9504만7000주로 지난해 대비 13.0% 증가하고, 일평균거래대금은 3조3992억4700만원으로 3.64% 감소했다.
한미약품 공시지연·갤럭시노트7 사태 등 악재도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시름을 안겼다. 지난해 7월 8조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 공시를 했던 한미약품은 이중 8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다음날인 9월30일 개장 후 공시하면서 의도적 지연 공시 의혹이 불거지며 모럴해저드 논란이 일었다.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수사 결과, 한미사이언스 일부 임직원 등 45명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약 33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조사돼 4명이 구속기소됐다.
코데즈컴바인으로 불거진 ‘품절주’ 논란도 있었다. ‘품절주’는 유통주식수가 적어 비교적 소량의 거래에도 가격이 급변동한다. 코데즈컴바인은 올해초 주가가 단기간 연이어 상한가를 경신하는 이상급등을 보이며 카카오를 누르고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라섰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시장교란을 야기하는 ‘품절주’에 대한 관리방안을 내놨다.
중국원양자원의 허위공시 사태도 불거졌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 홍콩 업체로부터 대여금과 이자 74억원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했고 계열사 지분 30%가 가압류됐다고 공시했지만, 거래소의 조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출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 발화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8월말 출하 중단, 9월초 전량 리콜이 결정되면서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3.5% 급락해 코스피의 하락을 이끌었다. 연말 들어서는 최순실 게이트 등 대통령 탄핵국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코스피 2000포인트가 붕괴되기도 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외국인 순매수 집중 속 대형주 강세장…중소형주는 뒷걸음
지난 3년간 이어진 중소형주의 강세는 시들해지고, 외국인의 순매수 집중 속에 대형주 강세장이 연출됐다. 대형주는 올해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 대비 2.5%포인트의 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중형주와 소형주와 비교해서는 각각 13.6%포인트, 6.4%포인트 아웃퍼폼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11월말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발표한 이후 사상 최고치(20일 종가 181만2000원)를 경신했다.
외국인의 순매수가 대형주 강세를 이끌었다. 외국인은 4년 만에 10조원대 투자를 회복했는데, 지난해 대규모 순매도 기저효과로 외국인의 활약이 더 두드러졌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 11조80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400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대형주 중심의 코스피200 외국인 지분율은 37.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과 중소형주의 경우 최근 2년간 바이오헬스케어·화장품관련주가 주도해온 상황에서 대외변수 악화와 성장성 둔화로 인한 멀티플 하락국면에 접어들며 어려운 시기가 보냈다. 삼성전자 등 대형주로의 쏠림현상 속에 코스닥과 중소형주는 여전히 상대적 열위국면에 있는 상황이다. 올해 코스닥 수익률은 -7.45%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를 구성하는 큰 틀을 보면 대기업의존도가 높고(IT하드웨어, 디스플레이, 자동차), 중국 매출비중이 높고(화장품, 엔터테인먼트), 정부정책·지원, 규제에 민감(바이오, 신성장산업 등)한 업종 비중이 많다. 실질적으로 7월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성 조치로 중소형주의 성장성이 서서히 훼손되기 시작되며 중소형주에 부여했던 고성장프리미엄 훼손과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이어졌다. 성장주의 대표였던 제약, 바이오주의 경우 한미약품의 9월 신약 기술수출 계약 해지소식과 미국 대선발 불확실성이 제약, 바이오주의 흐름에 큰 제동을 걸게 했다. 11월 들어서는 국내 정치적 혼란 가중과 트럼플레이션발 소외감 역시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에게는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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