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초대형IB)총자본 23조원 '쩐의 전쟁' 닻올랐다
2017-01-04 08:00:00 2017-01-04 08:00:0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이젠 IB로 뛴다" 
 
초대형 투자은행(IB) 행렬에 동참한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각오가 필사적이다. 초대형 IB 출범의 원년인 올해 저마다 IB 부문 강화에 집중한 결과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이라는 정부 초대형 IB 육성 요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006800)(6조7000억원), NH투자증권(005940)(4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200억원) 등 3파전으로 시작된 경쟁구도는 5파전으로 확대됐고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최근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삼성증권도 4조원대 자기자본 대열에 합류했고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합병 법인인 KB증권도 4조원대에 다다르면서다. 당장 하반기부터 사업영역을 넓히는 게 가능해지면서 활용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도 드러났다. 녹록치 않은 국내 상황에 해외투자 사업 등 공격적인 투자에 골몰하는 가운데 전 세계 자본시장을 경연장으로 둔 만큼 글로벌 IB와의 진검승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출현 원년,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3일 "판은 잘 깔렸다. 발행어음 등 자금조달 수단이 늘어나는 등 좋은 무기는 다 갖췄다"며 "대형증권사들이 진정한 초대형 IB로 거듭나 머지 않은 시일 내 한국판 로스차일드가 탄생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되고자하는 자기자본 100조원 규모의 골드만삭스보다 지금은 세계적인 규모의 IB지만 과거 특정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현재의 모습을 갖춘 로스차일드처럼 잘하는 것을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초대형 IB라 이름 붙긴 했지만 그 규모가 여전히 작은데다 글로벌 IB 시장의 후발주자라는 현실 또한 직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본확충은 했지만 글로벌 IB 대열을 비집고 들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미 글로벌 플레이어가 장악한 일부 영역은 그들의 아성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사이즈에 있어 국내 은행·보험과 비교해도 무(無)나 다름 없다. 유(有)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모두가 같은 것을 추구하는 흐름으로 가선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IB의 탁월한 위험분석력과 과감하고 냉철한 판단력, 날렵한 비즈니스 포착 능력을 거름 삼아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선점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실질적 역량을 갖춘 초대형 IB 출현을 위해서는 국내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체 정보생산 능력을 갖춘 인력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유수 IB 인수 또는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업무 노하우 전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일본 노무라증권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아시아·태평양 사업 인수나 중국 1위 증권사인 중신증권(시틱증권)의 2012년 CSLA 아시아·태평양 사업인수, 말레이시아 CIMB의 RBS 아시아·태평양 사업인수 등은 아시아 지역 IB업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아시아 각국의 선도 IB는 거의 예외 없이 해외 인수합병(M&A)를 통해 신진 IB로의 도약을 꿈꿨고 이런 M&A는 피인수기업의 기존 고객과 IB업무 노하우 확보가 목적"이라며 "이들의 성공사례는 선진 IB 노하우와 현지 접근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조직구조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일부 국내 대형증권사가 해외 IB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미의 상생관계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다. 
 
펼쳐질 IB 대전(大戰)을 앞두고 국내 자본시장의 기존 성장동력에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만큼 기회는 해외에서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실제 올해 기업공개(IPO) 건수와 규모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는 등 주식자본시장(ECM)은 그렇다 쳐도 부채자본시장(DCM)의 경우 매우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프로젝트를 찾기 어렵다보니 투자는 줄이고 비용절감 폭을 줄이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가 잘되려면 기업의 투자활성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상황 반전도 어려워 보인다"며 "하지만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의 인프라투자는 확대되고 있고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도 늘고 있는 만큼 해외로 투자시각을 돌릴 것"을 조언했다. 과거 90년대 말 한국에서 골드만삭스, JP모건이 IB 딜을 독식하며 성공한 사례를 본받아 아시아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베트남 국채 또는 부동산, 인프라 투자 채권을 국내 투자자에 팔아도 수요와 공급측면에서 윈윈일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한 자가 곧 강자다. 해외 선도 IB들과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실질적 역량을 갖춘 초대형 IB 출현을 위해 국내 대형사를 중심으로 자체 정보생산 능력을 갖춘 인력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외 유수 IB 인수 또는 이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업무 노하우 전수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사진/금융투자협회
IB 육성책 "무기 다 줬다" vs. "규제 많아 불만"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방안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는 만기 1년 이내 어음 등 단기금융업무를 할 수 있고 8조원 이상이면 종합투자계좌(IMA)도 허용된다. 모든 증권사의 비상장주식 내부 주문집행도 가능해졌다. 
 
금융위원회는 이밖에 단기금융과 IMA 예탁금의 각각 최소 50%와 70%는 기업금융을 운용토록 했으며 단,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는 10% 이내로 제한했다. 부채성 자본인 신종자본증권(조건부 자기자본)으로 조달한 자금은 자기자본 산정에서 제외한다. 영구채나 코코본드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은 어려워진 것으로 건전성 규제를 위해 단기금융이나 IMA로 모집한 자금도 레버리지 비율 산정에서 제외한다. '육성방안'이라는 당초 취지와 일부 어긋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이유다. 
 
대출자산 형태 또는 만기와 관계없이 위험수준에 따라 건전성 부담이 결정되는 새로운 순자본비율(NCR)이 적용된다. 유동성 관리를 위해 1개월·3개월내 만기에 도달하는 부채와 동일한 수준의 유동선 자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원화 유동성 지표도 도입했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은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상 자산 적립률은 0.5%에서 0.85%로 상향하고, 요주의는 2%에서 7%, 고정은 20% 유지, 회수의문은 75%에서 50%로 하향, 추정손실은 100% 규제를 유지하게 된다. 경영실태평가항목에는 IMA 수탁금을 감안해 자본적정성 계량항목을 추가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분기까지 관련 법 시행령과 규정 정비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세부 내용은 금융감독원 시행세칙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단기금융업무의 경우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대한 지정 절차 및 단기금융업무에 대한 인가가 필요한 만큼, 시행령 등 개정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겠다"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시작도 전에 삐거덕거리는 모습이다. 부동산 자산에 대한 10% 투자 제한과 관련해서는 자율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한선은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낮다는 반응이다. 금투업계의 최근 주수익원인 부동산 투자 특성상 투자금액 규모가 큰 편인데 운용금액 중 10%만 투자할 수 있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는 평가다. 기업금융 관련 자산 범위가 좁다는 점도 불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계기업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익을 낼 투자자산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초대형 IB 육성방안이 담은 부동산 투자 상한은 과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부동산 투자 쏠림을 경계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업금융 관련 자산 범위에 대해서도 직접 자금조달뿐 아니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쏟아진 초대형 IB…큰 장 선다
 
"대한민국 넘버원 IB는 미래에셋대우."(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IB 모델 강화만이 해법이다."(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기필코 승리한다."(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한 3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2017년 신년사 공통분모는 'IB 집중 육성'이다. IB부문 강화를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공통점이다. 수익성 향상의 핵심인 IB 조직 역량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각 회사 IB 부문 사령탑의 지략대결로도 관심이 모아진다. 
 
자기자본 6조원대로 규모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미래에셋대우 IB 사령탑은 사실상 박현주 회장이다. IB1부문(김상태 부사장)·2부문(봉원석 전무) 대표를 각각 세웠지만 투자계획 등 큰 그림은 박 회장이 직접 그리면서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연내 자기자본 8조원을 채워 국내 명실상부한 초대형 IB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자기자본 8조원은 종합투자계좌(IMA)를 영위할 수 있는 요건이다. 발행총량(자기자본 200%)에 제한이 있는 어음과 달리 총량제한이 없다는 점은 시장이 정부의 초대형 IB 정책 중 유인이 가장 큰 것으로 IMA를 꼽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과 같이 레버리지 규제대상에서 제외될뿐만 아니라 발행액에도 제한이 없어 매력이 가장 크다"며 "다만 발행어음과 마찬가지로 조달 자금의 70%를 기업금융에 활용해야 한다. 기업금융의 큰 틀은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IB사업부 정영채 대표는 국내 IB 업계 맏형으로 불린다. 그는 올해 IB부문의 해외투자 수익비중을 전년(10%)의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통적인 국내 IB 딜을 통해 벌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방침이다. 정 대표는 "국내 회사채 주관이나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같은 전통적인 IB 업무를 통해 벌 수 있는 수익은 전부 합쳐 한 해 3000억원 수준에 그친다"며 미성숙한 국내 자본시장을 보완해 시장을 키우는 역할에도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WM(자산관리) 수익에 기반한 IB 모델 강화'를 올해 생존 해법으로 내세운 NH투자증권.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업계의 경쟁구도 재편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한국투자증권도 녹록치 않은 올해 국내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투자에 보다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IB 부문을 올해 핵심 성장 축으로 정한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대체투자와 부동산투자를 담당하는 프로젝트금융2본부를 신설하며 IB그룹은 IB1, 2본부, 프로젝트금융1, 2본부와 퇴직연금본부 등 총 5개로 확대했다. 지난 1년 IB그룹을 총괄하던 김성환 IB그룹장은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IB의 높아진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김성환 부사장은 "작년 IB 수익의 25%가 해외투자 비중으로 올해는 이를 35%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라며 "3년 이내 수익 비중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최근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항공기 리스사업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해외 유수의 IB들이 직접 항공기 리스사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김 부사장은 이달 전 세계 항공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 민간 중심 경제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한 3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2017년 신년사 공통분모는 'IB 집중 육성'이다. IB부문 강화를 중심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도 공통점이다. 수익성 향상의 핵심인 IB 조직 역량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각 회사 IB 부문 사령탑의 지략대결로도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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