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요 제조업체가 미국 내 공장 설립할 것을 독려하고 있던 찰라라 이 투자가 트럼프 당선인 체제 하에서 미국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미국내 투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글로벌업체 상당수가 기존 계획을 틀어버린 상황이라 현대·기아차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005380) 사장은 17일 외신 기자들과 만나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와 조지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에게 힘든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미국서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 확대와 기존 생산시설의 신(新) 차종 생산,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장과 관련해 "현지 시장 수요와 대내외 환경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 생산규모, 건설지역, 설립 주체 등 자세한 사항은 추후 면밀한 검토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트럼프 정부 압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정 사장은 "투자활동에 대한 부문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하나로 검토한 것이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요 제조업체가 미국 내 공장 설립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 등에 큰 관세를 부과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압박을 가해왔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모두 백기투항하면서 투자 전략을 선회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서 1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도 멕시코에 16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미시간공장에 7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멕시코에 공장을 건립하려던 도요타도 5년간 100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멕시코 공장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기아차가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면서 연간 40만대 생산체계를 갖췄다. 올해 풀가동 목표를 세우고 있어 트럼프가 멕시코 등 인근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막대한 관세를 물릴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앞서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해 35%의 고관세를 부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부와의 협의 절차등이 남아 이를 예의주시했다.
배성은 기자 seba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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