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기간제 노동자인 최모씨(31·여)는 지난해 12월 직장과 계약기간을 2개월여 앞두고 출산해 출산전후휴가에 들어갔다. 사측의 배려로 계약기간이 연장돼 휴가가 끝날 때까지는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지만 최씨는 그 이후가 걱정이다. 연장된 근로계약도 올여름이면 만료돼 육아휴직을 신청해봐야 휴직급여를 2~3개월밖에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포기하고 직장에 복귀한다고 해도 근로계약이 연장되지 않으면 졸지에 ‘경력단절여성’ 신세가 된다.
최씨는 “본래 이 시기에 계약기간 연장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았었다. 그런데 임신한 뒤에 회사에서 ‘전환’에서 ‘연장’으로 말을 바꿨다”며 “나머지는 직장에 복귀한 뒤에 다시 얘기하기로 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해봐야 휴직기간 동안 계약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퇴사 처리되는 거고, 휴직 없이 복귀해도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줄지는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가장 대표적인 모성보호제도다. 하지만 상당수의 여성 노동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이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먼저 휴가·휴직이 발생해도 근로계약기간은 연장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휴가·휴직 중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휴가·휴직은 물론 급여 지급도 종료된다. 노동계에서는 출산휴가에 한해서라도 계약기간 자동 연장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령 사업기간이 정해져 있고 그 기간에 맞춰 근로계약기간을 정하는 경우, 휴가·휴직기간만큼 근로계약기간이 연장되면 사업주는 사업·공사기간보다 오랜 기간 고용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인 간 계약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방법을 찾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의 경우에는 급여가 일부만 지급되는 문제도 있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따른 육아휴직 월 급여액은 통상임금의 40%(100만원 한도)다. 그런데 휴직기간 중 지급되는 급여는 총 급여액의 75%다. 나머지 25%는 복직 후 6개월 후에 일시불로 지급된다. 이 때문에 휴직 후 복직이 안 되거나, 복직 후 6개월 내에 근로계약이 만료되면 사후지급금을 못 받는 상황이 발생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책을 마련 중이다. 고용부는 비자발적 사유로 계약기간 만료 시 사후지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하반기 중 시행할 예정이다.
이 밖에 단기간 노동자는 제도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어렵다. 고용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속기간 1년 미만인 노동자가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사업주가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선 ‘근속기간 1년’ 요건을 ‘고용보험 가입 1년’ 요건으로 바꾸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처리 전망은 밝지 않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속기간에 관계없이 육아휴직을 허용하면 근로자의 악용 우려가 있고, 사업주의 인력운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 예외규정 폐지는 어렵고, 근속기간 요건을 완화시키는 방향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2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6 성북구 여성일자리 취업박람회를 찾은 여성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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