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문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미국 일방주의 조항은 트럼프 정부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통로가 될 것이므로 폐기해야 한다”고 2일 주장했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위원장 송기호)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미 FTA협상 문서에서 확인된 한미 FTA 불평등 조항 폐기를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무역 협정의 서문에 미국이 한미 FTA를 체결하더라도 미국의 한국 기업에 미국법 이상의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평등한 조항이 들어간 것은 트럼프 정부에 못지않은 미국 일방주의가 진작 관철된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한미 FTA 서문의 불평등 조항은 트럼프 정부가 폐기한 환태평양동반자 협정(TPP)에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도 없는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2007년 당시 협상을 주도한 참여정부도 비판했다. 민변은 “참여정부는 불평등 조항이 추가된 협상 실패를 묻어 버렸고, 보도자료와 국정 브리핑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가 동등한 수준의 투자 보호를 제공받는다는 것을 선언적으로 규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 허브를 추구하는 한국의 금융산업 발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7년 7월4일 당시 이 문제를 지적한 한겨레신문 등 언론에 대해서도 보도해명자료를 내어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조항’이라고 왜곡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변은 “참여정부는 한미 FTA 협정문에서 이미 실효성이 없게 설계된 개성공단 조항, 공염불이 된 미국 취업 비자 1만개 이상이라는 약속, 투자자에 의한 국제 중재 회부권(ISD) 등 수많은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한미 FTA를 농민과 시민의 반대를 억압하고 추진했다”며 “다시 이명박 정부는 또 다른 추가 협상으로 한미 FTA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2013년에 발효시켰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민변은 “오늘 공개한 5장의 협상 문서만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한미 FTA의 투자자 국가 제소권(ISD) 등 한미 FTA 독소 조항 협상 문서와 이명박정부의 2010년 추가협상 문서를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에 따르면 이날 대법원 판결로 공개되는 문서는 한미FTA 협상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5장짜리 문서로 2007년 6월 한국이 미국과 진행한 한미 FTA 추가 협상 문서다. 참여정부가 2007년 4월2일 한미 FTA 타결을 선언하고, 같은 해 5월25일 한미 FTA 협정문을 최종 작성해 공개했음에도 다시 미국의 요구에 의해 6월에 추가 협상을 진행한 뒤 6월30일에 서명했다. 미국이 자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에 추가 보호를 제공하지 않는 데에 동의한다는 일방적 동의 조항을 제안하자, 한국은 어떻게든 이를 막기 위해 세 차례 수정 제안한 내용으로 한국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한편 민변은 지난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에 한미 FTA 서문 조항 협상 문서 정보공개청구했고 산자부가 국익 침해 우려를 이유로 비공개 처분하자 소송을 냈다. 3심 모두 민변이 승소해 이날 협상 문서가 공개됐다.
천일 한국무엽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이 지난 2015년 3월23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한미 FTA 3주년 세미나에서 FTA 성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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