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국내 가구시장을 점령한 한샘이 올해 중국 B2C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성공 여부에 따라 한샘의 기업가치는 물론 차기 경영구도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건자재 시장은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기회의 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해당 국가의 고유 주거문화와 연결돼 있어 한샘의 공략이 그리 쉽지만을 않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한샘은 오는 7월 상하이 중심가 대형 복합쇼핑몰에 연면적 1만㎡ 규모의 매장 문을 연다. 매장은 체험이 가능한 전시장 형태로 준비 중이며, O2O서비스와 건자재 패키지 서비스 투트랙 전략으로 꾸며진다. 한샘이 준비 중인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받는 기존 O2O(Online To Offline)서비스와 달리 체험관에서 상품을 직접 사용해본 후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는 O2O(Offline To Online) 방식으로 추진된다. 가구만의 특성이 반영된 서비스로, 현재 중국 대형 유통회사들도 O2O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건자재 패키지 서비스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다. 아파트를 건축할 때 시공사가 인테리어를 포함한 모든 시공을 도맡아 하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아파트의 골격까지만 시공한다. 2000년대 이후로 점차 인테리어가 포함된 주택 분양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인테리어에 국한돼 있다. 때문에 입주 전 바닥, 전등, 창호 등을 새롭게 바꾸는 중국인들이 대부분이다. 한샘은 이 같은 시장 환경에 주목했다. 중국에서도 분야별 전문업체들은 많지만 패키지로 제공하는 업체는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패키지 서비스를 경쟁력 요건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건자재 분야에서 매년 20~30%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건자재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740조원이다. 현재 시장 내에 뚜렷한 강자가 없다는 점도 한샘으로서는 기회다. 중국 건자재 시장 내 선두업체의 매출 규모는 4조~5조원 수준으로 전체 규모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샘은 중국의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연간 목표 매출액 900억원을 설정했다.
반면 한샘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자재를 직접 선택하는 유통 구조에서는 브랜드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지도 면에서 B2C시장에 첫 발을 내딛는 한샘의 한계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고가시장을 잡고 있고, 저가 시장의 경우 수많은 로컬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눈에 띄는 경쟁력 없이는 어떤 타깃도 잡기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다른 주거문화도 걸림돌이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입식 문화이고, 외관을 중시하다보니 창호도 화려한 무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건자재는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처럼 국내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그대로 중국에서도 판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거주환경에 따라 생산이 달라지기 때문에 현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의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자재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한계 때문이다. 국내 건자재 업체 가운데에서는 LG하우시스가 중국 B2B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성적은 따라주지 못했다. LG하우시스는 지난 2013년 중국 내 바닥재 생산법인과 창호공사 법인을 설립했다. 바닥재 생산법인의 경우 2013년 당기순손실 47억4200만원으로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4년 31억100만원, 2015년 35억5500만원의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창호공사 법인 역시 2014년 당기순손실 2억6600만원에서 2015년 3억4600만원으로 적자 행진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규모가 크지만 결코 쉬운 시장은 아니다"며 "국내에서 영업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한샘이 도전하는 만큼 관련업계에서도 향후 사업방향 등을 위해 한샘의 성공 여부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허베이성 즈자좡 시의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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