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대형증권사들이 최근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수료 감소 우려에 미온적이던 증권사들이 금융당국과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에 태도를 바꾸면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과 KB증권은 각각 오는 6월 말, 7월 말 퇴직연금 ETF 거래 시스템을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연말 시스템 구축에 돌입한 한국투자증권도 시스템 구축 완료 시기를 내년 초로 잡았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에는 원리금보장상품인 예금, ELB(파생결합사채), RP(환매조건부채권), 발행어음과 원리금비보장상품인 실적배당ELB·DLB(기타파생결합사채), ELF(주가연계증권(ELS)펀드), 펀드상품 편입만 가능하다.
신시스템 개발은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앞섰다. 이미 지난 2012년 마련한 것으로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일찌감치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부 검토는 작년 하반기부터 돌입했지만 단순히 IT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닌데다 관련 부서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준비기간이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저비용 고효율 금융상품의 대표격인 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애정이 커진 점은 증권사들이 서둘러 서비스 도입에 나선 배경이 됐다. 지난해 금융당국의 ETF 활성화 계획과 맞물린 퇴직연금 ETF 거래 허용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증권사들이 활성화 요구에 부응한 이유다. KB증권 관계자는 "최근 박스권장세가 지속되면서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고객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보다 저렴한 ETF가 주목받고 있다"며 "투자가능한 상품이 다양하다는 ETF의 장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0.3~1% 내외의 판매수수료를 뗄 수 있는 펀드와 달리 ETF는 판매수수료가 없어 증권사 입장에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장기가입자인 연금가입자 입장에서 수수료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 취지는 공감하지만 업계 수익성에 대한 고민 없이 압박 당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컸다.
퇴직연금의 ETF 편입은 결과적으로 ETF 시장에 지속적인 자극제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퇴직연금자산까지 ETF를 편입하기 시작한 시장환경과 자산운용업계의 혁신흐름을 기반으로 ETF를 둘러싼 생태계가 더 풍부해질 것이란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증권사들이 연금가입자들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퇴직연금계좌에서도 ETF 비중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며 "퇴직연금계좌를 염두한 운용업계의 다양한 ETF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증권사들이 최근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상장지수펀드(ETF) 매매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수료 감소 우려에 미온적이던 증권사들이 금융당국과 투자자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에 태도를 바꾸면서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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