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재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며 제동에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8일과 9일 이틀간 국회를 찾아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여야 각 정당에 전달한다. 재계가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정치권에 공동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되고, 조기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불고 있는 것에 대한 경제계 차원의 우려이자, 반론이다.
상의는 보고서에서 “일부 기업들이 상장사를 개인회사처럼 운영하거나, 분식회계와 편법상속 등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점은 극복돼야 할 구시대적 관행”이라며 “경제계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지만 상법상 사전규제만 강화하면 실효성은 낮고 부작용만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기 불황과 글로벌 경쟁으로 지친 기업들에게 경영자율성마저 제한하면 자칫 '테이블 데스'(수술 중 환자 사망) 상태에 빠질까 걱정된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이미지제작=뉴스토마토)
상의는 상법 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6개 항목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했다. 최대 쟁점인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집중투표제 의무화의 경우, '1주 1의결권'이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해외 투기펀드에 악용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대표 등 추천자 사외이사 의무선임은 회사 발전보다 근로자, 소액주주 이익만 주장해 의사결정 지연과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다중대표소송 도입 조항은 주주간 이해가 상충할 소지가 있고, 소송 리스크가 확대된다고 봤다. 전자투표제 의무화 및 자사주 처분규제 부활 등도 경영권 방어를 이유로 문제가 있는 조항으로 판단했다.
상의는 "개정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강력한 규제들로,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조항들을 다수 담고 있다"며 "이대로 입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선진국에서 기업 지배구조가 정착된 비결은 규제가 아니라 기관투자가의 감시 역할이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동근 상의 상근부회장은 "후진국에서는 규제를 옥상옥 식으로 아무리 쌓아도 잘 작동되지 않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규제 대신 시장참여 주체들의 자율규범에 의해 최선의 관행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우리도 기관투자자들이 기업을 감시하고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기업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