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금융당국의 잇따른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하반기 예비입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기간 입주물량이 예년에 비해 10만가구 이상 증가하면서 집값과 전셋값 동반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잔금 납부에 대한 부담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 금융권에 DSR(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이 도입되면서 개인의 대출여력은 이전에 비해 큰 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입주예정인 아파트는 총 629곳, 38만2741가구로 추산된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연평균 입주 물량(23만8225가구)보다 10만가구 이상 많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32.6% 증가했다.
이 같은 입주물량 증가세는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는 올해 보다 2만가구 가량 입주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 보다 10만가구 이상 많은 물량이 몰리면서 입주대란에 이어 전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0년대 들어 수도권 입주 물량이 줄어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입주물량이 일정 기간에 몰리면 매매나 전세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는 이의가 없는 편이다.
아파트 입주 전에 치르는 잔금은 보통 전세 세입자를 들여 그 보증금으로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주물량이 늘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전세가격도 낮아진다면 집주인이 별도로 잔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입주 전 아파트에 대한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은행이 책정하는 담보가치도 하락하게 돼 대출한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집주인들은 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미입주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앞서 금융위기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대규모 미입주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이는 급매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시장에 나오게 되고 급매물이 많아질수록 집값은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 침체도 가속화될 수 있다. 하반기 입주를 앞둔 집주인들이 고민하는 이유다.
지난달 말 김포한강신도시 신규 아파트에 입주한 강모(45세·남)씨는 "당초 계획은 전세를 들여 잔금을 치르려고 했지만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직접 입주했다"며 "3년 전 청약을 넣을 당시에는 잔금 대출에 대한 걱정이 전혀 없었는데 최근 대출금리가 오르는 것을 보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감축을 위한 잇따른 대출 규제로 인해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나날이 오르고 있고 대출 요건도 강화되면서 대출 문턱은 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은 1금융권에 이어 2금융권에도 DSR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도금을 전액 대출을 통해 납부한 경우 잔금에 대한 대출이 안 되거나 중도금 대출에서 잔금 대출로 전환 시 이전에 비해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대출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
올해 입주 물량 증가와 치솟는 대출 금리로 인해 하반기 예비입주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생활권에 위치한 아파트에 이삿짐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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