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5년여를 끌었던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재판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삼성이 대법원에서 승소했지만, 1심 법정에서 다시 다투게 됐다.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일(현지시간)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소송을 1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디자인 특허 배상액 산정 판결을 유보했다. 항소법원은 배상액을 유지해야 한다는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과 마찬가지로 배상액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지침을 내리진 않았다. 이를 두고 삼성과 애플이 다시 격돌하게 된다. 1심 재판을 맡았던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재심을 할 것인지, 다른 방식을 취할지 결정해야 한다.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아이폰 디자인과 인터페이스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을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2012년 8월 1심 재판부는 삼성이 애플에 9억3000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 5월 항소심에서도 애플은 승리했지만, 일부 디자인(트레이드 드레스) 침해가 무효화돼 배상액은 5억48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삼성은 전체 배상액 중 디자인 특허 침해분에 해당하는 3억9900만달러에 대해서만 상고했다. 2016년 12월 대법원은 삼성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에선 미국 특허법 289조를 들어 애플 제품 전체 이익을 배상하도록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디자인은 휴대폰 전체 기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삼성이 승소했음에도 배상액 산정 방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막판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배상액을 사수하려는 애플과 치열한 법리공방이 불가피해졌다. 1심 재판부가 거액의 배상액을 부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으로선 불안감이 크다. 애플 변호인 측은 “이런 판단은 1심 법원이 적합하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법원이 자국 기업에 편파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1심은 배심원 평결로 치러지는데, 배심원단이 자국민으로만 채워져 아무래도 자국기업에 우호적이라는 시각이다. 파기환송된 경우 다시 평결을 치를 가능성은 낮지만 1심 재판부가 삼성에게 불리했던 이전 평결 결과를 참조하게 된다. 전성태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조사분석팀 연구원은 “파기환송됐으니 삼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배상액이)감액될 확률이 높다”면서도 “지금까지 (미국)재판을 보면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경향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성과 애플의 디자인 특허 재판은 제조사들은 물론, 디자이너계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는다. 제조사들은 디자인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높으면 구별이 모호한 디자인 특성을 악용해 특허괴물들의 소송이 난무할 것을 걱정한다. 반면 디자이너계는 디자인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받기 위해 애플을 지지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기환송된 사건이기 때문에 전보다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며 “진행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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