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에 성별 기입 금지…여성 일자리 차별 허물어야"
문재인, 성평등 정책 발표…출산육아지원·여성 폭력방지 방안도
"여성 경제참여율, 이슬람권 제외하고 OECD 최하 수준"
2017-02-16 17:38:12 2017-02-16 17:38:12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6일 안정된 여성일자리 확보와 출산·육아 지원, 여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 개선 등에 집중한 '성평등'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1999년 ‘남녀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유연근무제와 같은 정책이 나왔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여성정책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여성이나 남성이나 성별 차이로 인해 차별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확실한 신념이며 성평등은 인권의 핵심 가치”라며 이같이 밝혔다.
 
"안정된 여성 일자리 확보"
 
이날 문 대표가 내놓은 여성우대 정책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관련 내용이다. 현행법에 규정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를 정착시키고 공공부문부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온 연장근로를 금지시키겠다는 방안은 지난달 일자리 대책 발표때 언급했던 내용이다.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수적인 내용이라는 판단에서 재차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20·30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 확대를 위해 이력서에 성별 기입을 금지하는 ‘블라인드 채용제’ 도입과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제정을 통한 여성고용 확대, 여성고용에 앞장서는 우수기업 대상 포상·조세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 의사도 밝혔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경기 성남에 위치한 중소기업 아이에스씨(ISC)를 방문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슬람권을 제외하고 최하 수준”이라며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초등교 돌봄교실 전학년 확대"
 
출산·육아지원 부분에서는 대통령 당선 시 임기 내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비율을 40%까지 올리고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방과 후 돌봄교실도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은 10% 선으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들 어린이집에 들어가는 것이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착 초기단계에 들어선 남성 육아휴직제도 정착과 휴직급여 인상, 배우자 출산휴가 유급휴일 상향 약속도 내놨다.
 
"여성 대상 차별적 사회인식 개선"
 
최근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 등 여성 대상 강력사건 발생빈도가 높아지는데 대해 ‘젠더(성) 폭력 가해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 필요성을 들고 나왔다. 이밖에 현행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을 개정해 친족·장애인 대상 성폭력범도 가중처벌하고 공교육 내에 인권교육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의 현실성·실효성에 대해 홍종학 캠프 정책본부장은 “오늘은 대략적인 정책 기조를 발표한 것으로 추후 구체적 사안 중심으로 설명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문 전 대표의 기조연설 발표 중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한 여성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며 소리를 질러 한동안 행사장이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뒤이은 질의응답 순서에서 재차 질문을 받은 문 대표는 “우리가 미국처럼 지금 당장 (동성애를) 합법화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지 않다. 거기까지 가는 것은 힘들다”며 “다음 정부에서 인권 의식을 높여간다면 언젠가는 동성혼 합법화 문제도 깊이 있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후로도 동성애단체 회원들이 “답변이 충분치 않다”며 반발하고 행사장 내 다른 여성단체 회원들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6일 오후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7차 포럼 시작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