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역대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쥐었고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들을 점지해온 충청지역 민심이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결집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출마로 불붙은 ‘충청 대망론’이 안 지사로 옮겨 타오르는 양상이다.
13일 충청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월드리서치에 의뢰해 11일과 12일 충청권 유권자 1019명(대전 277명, 충남 403명, 충북 298명, 세종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안 지사가 33.3%로 수위를 차지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3%로 그 뒤를 이었다. 야권 후보만을 대상으로 비교한 조사에서 안 지사는 41.7%로 25.0%에 그친 문 전 대표와의 차이를 벌렸다.
후보자 호감도 조사에서도 안 지사는 74.8%(비호감 13.6%)로 42.4%(비호감 45.4%)의 문 전 대표를 압도했다. 특히 안 지사는 보수성향 응답자에서 74.4%의 호감도를 이끌어내며 21.3%에 그친 문 전 대표와 비교되는 외연확장성을 과시했다.
다른 여론조사들에서도 안 지사를 향한 충청 민심 결집현상은 두드러진다. 한국갤럽의 7~9일 조사에서 충청 민심은 문 전 대표가 30%, 안 지사가 27%로 경합세를 보였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실시한 8~9일 조사에서는 27%대 45%로 안 지사가 압도하기 시작했고 리서치뷰의 11~13일 조사에서도 38%대 47%로 안 지사의 우위는 이어졌다.(그밖에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홈페이지 참조)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충청권 결집 이유로 우선 안 지사의 강력한 후보 경쟁력을 이야기한다. 안 지사는 취임 후 4년 연속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공약 이행도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A’를 받았다. 지난해 리얼미터의 ‘광역자치단체장 평가조사’에서도 4월에서 12월까지 9개월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민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여기에 불을 붙인 것이 소위 ‘충청 대망론’이다. 대선레이스 초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며 지역에 대망론의 불씨를 피웠지만, 이를 제대로 태우지 못하고 갑작스레 중도 탈락했다. 그 불씨를 고스란히 안 지사가 이어받아 불태우고 있다는 평가다.
안희정 캠프 관계자는 “충청도 출신 대통령을 열망하는 충청민들의 지지세가 자연스레 안 지사에게 유입된 것 같다”면서 “대망론을 우리가 이야기했으면 이 정도까지는 안됐을 거다. 안 지사의 전국 지명도가 높아지면서 충청지역 민심도 더욱 급격히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역대 대권의 향방을 결정해온 충청민심의 결집은 역대 야당 후보를 결정해온 호남민심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기는 후보’를 지지해온 호남이 전략적 투표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일종의 스필오버(Spillover,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충청의 지지율 상승이 호남과 수도권의 지지율 상승을 유인할 것”이라며 “민주당 순회경선 일정을 감안할 때 안 지사가 호남에서 패배해도 충청에서 만회할 수 있다. 수도권 승부도 알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호남의 최우선 가치는 정권교체에 있다. 호남 민심이 안철수가 아닌 문재인을 지지하는 이유”라며 “대선이 가까워지고 비토세력이 많은 문 전 대표 보다 확장성이 높은 안희정으로 더 안정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호남 민심은 요동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0일 오후 천안의 테딘워터파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7 기초자치단체장 연수' 개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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