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신규 시내면세점 첫 흑자 타이틀을 놓고 신세계DF와 HDC신라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5곳의 대기업 시내 면세점 가운데 이들 두 곳만이 지난달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다른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는 모습이다. 이들은 올해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싼커(중국 개별 관광객) 유치를 늘려 신규 면세점 선두 자리를 확실히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신세계DF는 지난달 명동점이 매출액 750억원, 영업이익 1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달성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작년 5월 오픈 이후 9개월만의 성과로 신규 면세점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3080억원,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DF 관계자는 "이달 들어서는 하루 최고 매출이 52억원, 일 평균 매출은 3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일평균 매출 40억원이라는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신세계DF는 올해 전체로는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2015년 12월 문을 연 HDC신라도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월 매출액은 532억원, 영업이익은 1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975억원, 영업손실 20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 목표는 매출액 7500억원, 경상이익 달성이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다른 면세점들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해 두타면세점은 365억원, SM면세점은 27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의 영업 부실로 지난해 122억원의 적자를 내자 임직원들이 급여까지 반납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DF와 HDC신라의 흑자는
신세계(004170)와
호텔신라(008770)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신세계DF는 신세계의 100% 자회사며 HDC신라는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다. 각각 국내 유통 대기업, 2위 면세 사업자라는 자존심을 걸고 신규 면세점 운영에 힘을 쏟아왔다.
이들은 명품 유치 등도 적극 지원하며 신규 면세점 1위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도 벌이고 있다.
루이비통이 올 상반기 신세계DF와 HDC신라에 나란히 입점하는 가운데 신세계DF는 끌로에와 셀린느 매장도 준비하며 명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판권을 가지고 있어 모기업이 유치에 든든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HDC신라는 백화점이 뒤를 받쳐주는 명품 유치에서는 밀릴지 몰라도 마진율 면에서는 자신있다는 입장이다. 30년 이상 쌓아온 호텔신라와 명품 브랜드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브랜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HDC신라는 싼커(개별 중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련해서는 현대산업개발의 덕을 볼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이 입점한 용산 아이파크몰을 증축해 쇼핑, 관광, 레저 시설을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CJ CGV와 함께 짓는 한류타운이 완성되면 연간 방문객이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말 문을 여는 신세계DF의 강남점도 1위 다툼의 중요한 관전포인트다. 면세사업은 물건을 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매장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이 수월해진다. 두개의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게 되는 신세계DF로서는 그만큼 앞서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다만 면세업계의 경쟁 심화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줄고 있는 가운데 현재 10곳인 서울 시내면세점은 내년이면 1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남의 신규 면세점에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투자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신세계DF 관계자는 "시장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다만 세계 각국의 여행자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아직까지는 시장 상황이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왼쪽)과 HDC신라면세점 모습. (사진제공=각 사)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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