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저출산 문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7-03-09 06:00:00 2017-03-09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지난해 합계출산율 1.17명.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지난 10년간 80조원을 쏟아부은 결과다. 최저점을 찍었던 2005년(1.08명)과 비교하면 고작 0.09명 늘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이 지난달 인구포럼에서 발표했던 저출산 대책이 논란이 됐다.
 
당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 요인 분석’이란 제목으로 발제를 맡았던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7세 이상 미혼여성의 학력·소득수준이 미혼남성과 기혼여성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또 고학력·고소득 여성은 사회통념상 하향선택이 어려워 결혼시장에서 이탈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출산율이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원 연구위원의 발제문은 ‘저출산은 고학력·고소득 여성 탓’, ‘낮은 혼인율은 여성들의 눈높이 탓’으로 요약돼 여성들의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보건사회연구원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발제자인 원 연구위원은 인구영향평가센터장에서 자진해 물러났다.
 
하지만 ‘여성 탓’ 논란에 가려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간과됐다. 원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결혼에 따른 비효용이 효용보다 더 커서 이런 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있다”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정부 대책이 ‘출산율 제고’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출발했다면, 발제문은 ‘기회비용’이라는 개인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발제문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으나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과 출산이 어떻게 기회비용으로 작용하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출산 여성의 평균 재취업 기간은 8.4년이다. 재취업에 성공한다고 해도 업무, 근로조건은 예전만 못하다. 임금은 경력단절 없이 계속 경제활동을 한 여성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결혼 전 자기계발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 노력이 출산과 동시에 물거품이 돼버리는 것이다.
 
재취업 여부에 관계없이 가정에선 ‘독박 육아’에 시달린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구조가 한 몫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남성의 월 노동시간은 179.2시간으로 여성(165.0시간)보다 14.2시간 길다. 결국 출산 여성에 대한 차별이 남성에 대한 노동력 착취로, 다시 여성의 독박 육아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보면 결혼과 출산으로 얻는 효용은 상대적인 데 반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절대치가 너무 크다. 결혼을 해봐야 득 볼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의 정부 대책은 출산·육아비용 지원, 주거부담 완화 등 철저하게 공급자적 시각에 고정돼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런 식이라면 10년간 80조원이 아니라 100조원을 쓴다고 한들 상황이 크게 나아질지 의문이다. 이제라도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대책은 ‘결론’을 잘못 낸 탓에 사장됐지만,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만큼은 활용해볼 만하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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