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주주총회에서 이사나 감사로 선임됐다면 별도의 임용계약이 없어도 이사·감사로서의 지위를 취득했다고 볼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이사나 감사의 선임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는 피선임자를 회사의 기관인 이사나 감사로 한다는 취지의 회사 내부의 결정에 불과한 것으로 본 기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3일 제조회사인 S사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선임된 황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감사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트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사 및 감사의 선임은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으로 상법 규정의 취지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주식회사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는 유일한 통로인 주주총회에 이사·감사의 선임 권한을 전속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사·감사의 지위가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 사이에 임용계약이 체결돼야만 비로소 인정된다고 보는 것은 이사·감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으로 규정한 상법의 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황씨는 2014년 12월 열린 S사 주주총회를 거쳐 감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주주총회에서 황씨의 감사 선임을 폐기하는 결정이 나왔고, 황씨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회사는 이사 지위가 발생하려면 대표이사와 임용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 결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면 별도 임용계약 체결 없이 피선임자의 승낙만으로 바로 사내이사 또는 감사 지위를 취득하게 된다”며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나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만 있었을 뿐 임용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수 없다”며 그 지위를 부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이사 및 감사의 지위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 있으며 족하고, 별도의 임용계약은 필요 없다는 법리를 명백히 선언한 것”이라며 “주식회사에서 주주들의 경영참여 및 경영감독의 권한을 보다 확고히 보장하였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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