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안희정 충남지사는 23일 “저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배신했다’, ‘너무 벗어났다’고 말하는 어느 후보의 말을 들으면서, 화가 나기 전에 그 분이 다음 대통령으로 이끌 미래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며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안 지사는 이날 오후 광주 빛고을 체육관에서 열린 ‘더좋은 민주주의 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서 “2017년 대통령이 돼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겠다는 사람들이 적폐청산을 이야기하는데 제가 볼 땐 그건 새로운 비전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제 우리의 민주주의가 독재자를 무찌르고 법치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었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해내는 그런 나라”라고 강조했다.
또 안 지사는 “‘누구의 주장이라도 선의로 받아들이고 대화하자’, ‘어떠한 사람이라도 국민이 선거로 뽑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했으면 그 의회와 대화해 국정을 논하고 현실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내자’라는 주장이 왜 배신인가”라며 “30년 민주당에 충성과 헌신을 다해온 저를 하루아침에 배신자로 만들고 무원칙한 정치판의 정치꾼으로 만든 것이 30년 동지의 우정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에서 4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집결한 발대식은 사실상 안 지사의 대선 출정식 분위기로 진행됐다. ‘Again(어게인) 2002’라는 플래카드가 걸린 행사장에서는 수시로 ‘안희정’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지사는 “2002년에 그 누구도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 2%의 노무현이 이길 거라고 믿지 않았다”며 “그러나 기적 같은 승리를 만들어 호남에 고립돼 있던 당시 우리 민주당을 전국정당으로 확대 강화시켰다. 광주시민 여러분, 바로 여러분이 노무현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2017년에 제가 도전한다. 정치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김대중과 노무현이 다 이루지 못한 대한민국의 낡은 이념 구조와 지역정치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가 확실히 고쳐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의 지지율이 오르면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이 몹시 싫어한다. 영남에서 사랑받아야 할 자기들의 지지율을 죄다 뺐기기 때문”이라며 “지난 두 달간 앞뒤에서 총알이 날아들고 있다. 뒤(진보진영)에서는 너무 나갔다고 하고, 앞(보수진영)에서는 깎아보면 '빨간 수박'이라고 그런다. 시민 여러분 저 좀 구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안 지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원외 인사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멘토단장을 비롯해 백재현·변재일·이철희·김성수·정춘숙·기동민·박용진·조승래·어기구·정재호·강훈식 의원이 무대에 올랐고, 이날 안 지사 지지선언을 한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동참했다. 이외에도 김성곤·선병렬·서갑원 전 의원과 안성례 오월어머니집 관장, 배우 명계남씨, 의사 함익병씨 등이 참석했다.
특히 원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이자 지난 18대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지지했던 명계남씨는 무대 위에서 시민들을 향해 거듭 큰 절을 하며 안 지사 지지를 읍소했다. 그는 “이제는 잘 찾아주지 않는 배우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단순 지지도 1위인 문재인 후보가 호감과 비호감 모두 1위라는 사실에 저는 불안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권 교체의 적신호가 켜질지도 모르는 중대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후보를 이번에야 말로 정말 잘 뽑아야 한다”면서 “이것이 이번 주말 호남 경선의 역사적 의미다. 불안한 본선이냐. 안전한 본선이냐를 여러분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23일 오후 전남 광주 서구 빛고을 체육관에서 열린 ‘더좋은 민주주의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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