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 종사하는 일.' 업(業)의 사전적 의미다. 생계를 위한 활동이라는 점은 직업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자리 문제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청년들에게 첫 직장은 의미가 더 크다. 때문에 학점, 자격증, 해외연수 등으로 스펙(자격조건) 쌓기에 올인한다. 하지만 이 조차도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보니 경쟁력을 얻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 추가된 항목이 바로 '창업'이다. 그러면서 생계를 위한 '업'이 취업을 위한 스펙 항목으로 전락했다.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과 달리 창업시장은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신설법인 수는 9만6155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39세 이하 청년층이 신설한 법인은 2만6954개로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신설법인 4곳 가운데 1곳은 청년창업인 셈이다. 주목할 점은 청년창업 가운데 30세 미만인 대표 법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대 청년층 법인 증가세는 최근 3년간 연 20%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치로 보여지는 것 만큼 실제로 창업시장에서 졸업 전인 대학생들을 만나기는 어렵지 않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창업을 한 뒤 법인을 2년간 유지하면서 지원금을 뱉어내지 않아도 되죠. 그 사이에 여러 기업의 문을 두드리며 취업 준비를 이어가는 겁니다" 현장에서 만난 청년 창업자인 한 대학생이 귀띔해준 얘기다.
이렇게 청년층 창업이 증가한 데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창조경제 기조 아래 연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창업관련 지원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부작용도 속출했다. 창업이 취준생(취업준비생)의 스펙으로 전락하면서 피해는 생계를 위해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청년층 창업에 대한 우대 사항이 많다보니 오랜시간 창업을 준비해서 도전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다는 하소연이 이곳 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창업시장에 떠밀리는 청년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창업 10년차인 대표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감당하지 못할 돈을 아이에게 쥐어주고 제대로 써보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청년 지원책에 대한 진정성이나 실효성이 기대와 필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정부도 하루 빨리 깨닫길 바란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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