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1분기 소비 빙하기를 겪은 유통업계가 4월 초부터 대대적인 할인 공습에 돌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5월에는 소비심리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대선과 황금연휴가 있어 기대를 걸고 있다.
올초 상황은 그야말로 '소비 절벽'이었다. 경기불황과 정국부진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주요 백화점의 1분기 매출도 제자리걸음하는데 그쳤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1~2월에는 -1.2%, 3월(1~29일)에는 0.5%의 신장세를 기록했다. 각각 1%와 1.9%에 머물렀던 2015년과 2016년 성장률보다도 더 악화된 성적표다.
현대백화점 역시 1~2월 매출 전년대비 0.7% 역신장했고 3월 매출도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 리뉴얼과 센텀시티몰 오픈 효과로 1~2월 매출이 11.3% 늘었으나 리뉴얼 효과가 사라진 3월에는 작년 수준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을 위해 유통업계가 꺼낸 카드는 '세일'이다. 백화점 1·2위 업체인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이달 16일까지 무려 18일간 봄 정기세일을 진행한다. 세일 브랜드도 각각 750여개와 900여개로 역대급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 유통 계열사가 한달간 대규모 세일에 돌입했다.
세일보다 더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대선이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대선 직후에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소비성향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3년 18대 대선 직후에는 소비성향이 3.2%포인트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는 소비심리도 2009년 이후 최악의 수준에서 두달 연속 반등하면서 세일과 대선을 통한 소비 불씨 살리기의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촛불시위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시국도 거의 끝났으니 세일과 대선 등이 이슈가 되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선 직전에 붙어 있는 최장 11일의 황금연휴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해외여행객의 급증이다.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가는 사람이 늘면 국내 소비는 줄이고 해외 소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세계백화점은 다음달 중순 이후로 여행용품이나 여행용 의류 등에 대한 프로모션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국내에 남아있는 인구의 경우 연휴가 늘어나는 만큼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아 쇼핑을 즐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휴일이 늘어나는 것이니 집객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대신 국내여행을 택한 소비자들을 통한 소비진작 효과도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다.
지난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롯데 그랜드페스타'를 찾은 시민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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