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항마' 카드로 압승…중도·호남 동시잡기 '딜레마'
안철수, '미래 대비' 지도자 이미지 효과…보수층 흡수 못하면 승리 희박
2017-04-04 20:00:00 2017-04-04 20:00:00
[대전 =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4일 대선후보로 조기 확정된 배경에는 대중적 인지도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내 주자들 중 지지율 1위를 점하고 있는 본선 경쟁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학규·박주선 후보에 견줘 10배 가량 나는 전국적 지지율 차이가 안 후보의 승리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안 후보 측은 조직이 탄탄한 호남 중진 의원들의 지원을 받는 손 후보의 조직 동원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장투표 방식을 불신했었다. 전국적 지지율로 치면 안 후보가 손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지만, 사전 선거인단 모집 없이 현장투표를 80% 반영하는 경선규정에 따르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투표 참여가 많이 이뤄지면서 조직력이 약한 안 후보의 약점이 오히려 상쇄됐다. 결국 대중적 지지도가 조직을 넘어선 셈이다.
 
안 후보는 호남 지역 경선에서의 압승을 토대로 당내 대세론을 굳히면서 다른 지역 경선에서도 파죽지세로 7연승을 달렸다. 호남 지역이 국민의당 당원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주요 지지 기반인 것을 감안하면, 호남 지역 경선 결과가 안 후보의 대선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것이다. 안 후보가 호남 경선에서 연일 ‘문재인 때리기’ 공세를 반복해 반문(문재인) 정서를 자극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미래를 대비하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안 후보의 능력과 이미지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안 후보는 ‘대신할 수 없는 미래, 안철수’라는 대선 슬로건 아래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5-2-2 학제개편’ 등 다양한 정책 과제들을 선도적으로 제시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4일 “탄핵 인용 이후에 국민들의 판단 기준이 달라진 것”이라며 “어떤 정권교체가 미래를 위한 정권교체인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졌다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
 
이제 과제는 고정지지층이 약한 안 후보가 얼마나 많은 중도·보수층 표심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보수정당의 집권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보수층 중 상당수가 무당층이나 부동층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들을 얼마나 포섭할 수 있느냐가 안 후보의 과제다. 특히 국민의당 중심 집권전략인 자강론을 고집하고 있는 안 후보로서는 보수층 포섭이 향후 본선 경쟁에서 핵심 과제다. 
 
이에 따라 안 후보는 최근 반문 정서를 끌어올리는 한편, 본격적인 중도·보수층 끌어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이날 대전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도 “무능력한 상속자가 높은 자리에 올라선 안 된다. 국민도, 자신도, 자산을 물려준 사람까지도 불행해진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후보를 ‘능력 없는 상속자’에 빗대 비판했다. “집권하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외교 특사’로 모시겠다”는 안 후보의 발언은 중도·보수층 흡수 전략의 일환이다.
 
안 후보가 호남을 핵심 기반으로 하면서 중도·보수 세력 지지를 받아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건이다. 야권 대표주자로 나서기 위해서는 호남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외교·안보나 국내 주요 정치 문제에 지속적으로 보수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호남 민심이 떠날 가능성도 있다. 또 안 후보가 중도·보수층 표심 잡기에 적극 나섰음에도 지지율의 한계를 드러낼 경우 또다시 연대론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10~15%를 차지하는 콘크리트 보수층을 깨트리지 못할 경우 안 후보의 독자 승리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자강론을 고집하는 안 후보에게는 딜레마다.
 
안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사실상 두 번째 도전이다. 안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청춘콘서트로 젊은 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으로 지지층을 넓혔다. 2012년 대선에 출마를 선언했으나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잡음을 내고 사퇴했다. 이후 그는 2013년 서울 노원병 재보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며 국회에 입성했다.
 
‘안철수 정치’의 가장 큰 성과는 지난해 4·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제3당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안 후보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고 김한길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지만 그해 재보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후 2015년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안 후보는 최근 연설에서 “경제에서도 정치에서도 스스로 힘으로 성과를 만들었다”며 자신의 성과를 알리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국민의당 대선후보 충청권역 경선 순회투표가 4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후보들이 정견발표를 마치고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안철수,박주선,손학규 후보. 사진/뉴시스
 
대전=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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