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비서실이 주도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대규모로 정부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황병헌) 심리로 6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에 대한 1회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전 실장은 취임 후 보수가치 확산을 주장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 배제를 모철민 전 수석을 통해 직접 지시했다.
유 전 장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좌파 배제가 강화됐다는데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물음에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고, 슬퍼한 사람들은 참사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며 “대통령 비서실에서 이 같은 사람들을 언짢게 생각했다. 그때부터 광범위하게 (지원배제가) 진행됐다”고 답했다. 검찰이 “왜 (대통령 비서실이) 언짢게 생각했느냐”고 묻자 “김기춘 피고인한테 여쭤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9월 청와대에서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 일탈 행태 시정 필요’라는 문건을 내려 보냈다고 진술했다. 박근혜정권에 찍힌 영화 ‘변호인’을 문체부가 다수의 펀드 공동투자를 시도했지만 김 전 실장이 모 전 수석을 통해 문체부 실국장들을 질책한 정황도 공개됐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7월9일 장관에서 면직되기 전 청와대서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한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이 주도한 인사전횡과 블랙리스트 등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간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거의 반응 없이 김 전 실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고 유 전 장관은 증언했다. 유 전 정관은 “이러면 안 된다.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계속 쳐내면 나중에 한 줌도 안 되는 세력으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라고 직언하기도 했다. 한편 “결국 김 전 실장이 있는 한 (블랙리스트) 기조가 계속될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열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9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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