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행보 강화하는 안철수, 호남 지지 이탈 '불안불안'
후보 첫 지방 방문지로 광주…"5·18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2017-04-09 17:32:38 2017-04-09 17:32:38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9일 광주와 전남 목포를 방문하며 호남 민심 잡기에 집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갈길 잃은 보수층을 공략해온 안 후보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에 대해 확고한 찬성 입장을 드러내는 등 계속되는 ‘우클릭 행보’를 하면서도 호남 지지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그동안 호남 지역은 진보 진영 후보에 대해 몰아주기 형태로 전략적인 투표해왔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광주 유권자의 92%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맞선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2002년 대선에서는 호남 지역의 90% 이상이 노무현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 2007년 대선에서도 이명박-이회창-정동영 등 3자구도 속에 호남 지역의 80%가 당시 정동영 후보를 찍었다. 진보 대 보수 구도에서 진보 성향의 후보에게 호남에서 항상 몰표에 가까운 표를 안긴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 구도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 대결로 펼쳐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진보 성향의 문 후보와 호남 지역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국민의당 안 후보로 표가 나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을 구사 중인 안 후보로서는 딜레마에 빠졌다. 보수 쪽으로 확장하게 되면 언제나 전략적으로 진보 진영을 선택했던 호남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52%, 안 후보는 38%로, 문 후보가 안 후보를 14% 포인트 이상 앞서며 격차를 크게 벌렸다. 1주일 전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차이는 8% 포인트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안 후보도 그동안 정치공학적인 합종연횡, 특히 보수 후보와의 연대는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 표심과 진보 지지층의 이탈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완강히 거부해왔다. 
 
안 후보가 후보로 공식 확정된 뒤 지방 첫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해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는 등 호남의 지지를 호소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 후보는 인사 탕평과 지역 균형 발전 등을 약속하고 5·18 특별법의 통과와 민주화운동 당시 발포자 색출을 다짐했다. 또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뜻도 밝혔다. 문 후보에 뒤지는 호남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아울러 안 후보가 경선에서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삼았던 호남에서의 반문(문재인) 정서 활용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친문(문재인) 진영을 패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청산 대상은 문재인’이라는 프레임을 대선 국면에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호남색이 강한 인사들을 선대위에 전면 배치함으로써 호남 표심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박지원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이 공동으로 선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9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를 찾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민중항쟁 추모탑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