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으로 거액을 지원하는 대가로 각종 특혜를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SK와 롯데그룹에 대해 뇌물죄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단 출연금 지원 약속과 함께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제3자뇌물)로 구속기소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0일 뇌물 의혹을 받고 있는 SK와 롯데 사건과 관련해 “두 그룹 모두 소환 당시 신분과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특검팀으로부터 수사를 인계받은 뒤 특검팀이 미완으로 남겨 놓은 SK와 롯데, CJ 등 재단출연금 지원 재벌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왔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 뒤 20여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이 없는 것이다.
SK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를 바로 앞둔 지난 달 18일 최태원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보다 이틀 앞서서는 최 회장 수감시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특별사면을 청탁한 것으로 드러난 김창근 전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비롯해 전·현직 핵심인원 3명을 한꺼번에 불러 소환 조사했다. 조사 당시 최 회장은 물론 김 전 의장 등의 신분은 참고인이었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회장 역시 지난 6일 소환해 20시간 가까이 조사했으며,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에는 장선욱 롯데면세점 사장을, 지난 2일에는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인 소진세 사장을 각각 불러 조사했다. 모두 참고인으로 소환됐으며, 현재까지 그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그룹 조사에 대한 진전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최 회장과 신 회장에 대한 불기소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특수본 1기가 재단출연금 지원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에 대해서만 직권남용 및 강요혐의를 적용했다. 재단출연금 지원 재벌기업들을 피해자로 본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도 포함됐다. 그러나 특검팀은 삼성의 재단출연금 지원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과 경영승계 지원이라는 대가가 오간 것을 확인하고 이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삼성 측은 특수본 1기 수사결과를 근거로 재판에서 재단출연금 지원은 대가성이 없고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과 신 회장 등 SK와 롯데 관계자들 역시 검찰 조사에서 같은 논거로 혐의를 부인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수사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부패범죄 전문 변호사는 “정경유착 근절을 강조한 특검팀에 비춰볼 때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관련 기업들에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수사여부는 이 시점에서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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