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이 김성민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전문위원들 회유설을 놓고 열띤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뇌물 사건 5차 공판에서 이수형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기획팀장(부사장)의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삼성 측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여부를 결정할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전문위원들을 포섭하려 한 정황을 공개했다.
이 전 부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앞서 전문위원회가
SK(003600)와 SK C&C의 합병을 반대하자 저희 합병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미리 김 전 위원장을 비롯해 전문위원들을 접촉하려 했다"며 "특히 프로필을 보고 (출신학교 등) 연결고리가 있는지 확인한 뒤 담당을 정했다. 지인인 모 경제전문지 편집국장을 통해 김 전 위원장과 대학 동문인 원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을 소개받아 김 전 위원장을 만나려 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원 위원은 지난 2015년 7월4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특검의 증거 조사에서 이 전 부사장이 지난 2015년 7월2일 원 박사에게 "저희 어려운 사정을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저희 그룹으로서는 다른 어떤 사안보다도 중요하다. 이 일이 잘못되면 그룹 경영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밖에서는 잘 모를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 위원과 만난 김 전 위원장이 여전히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히자 이 전 부사장은 이 내용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보고했고 장 전 사장은 "홍 전 본부장이 책임지면 된다"고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삼성에 포섭돼 있으니 책임지고 찬성 의결을 하면 된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측 변호인은 "당시 합병 건은 삼성에 큰 현안이었고 전사적으로 합병 성사를 위해 노력했다. 이 전 팀장도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것이지 이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 전 사장 관련해서도 "여러 증거조사에서 홍 본부장은 삼성에 동조하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나온다. 당시 장 전 사장은 문자를 받고 오해를 했고 실제 상황과 달리 착오가 생겼다. 이 문자는 증거 가치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난해 3월18일과 4월11일 업무수첩에 "삼성. 양해경X. 국민연금 의결권위원회(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 교체 한대(한양대) 김성민"이라고 기재된 부분을 증거로 들며 "삼성 측이 찬성 의결 이후에도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김 전 위원장을 아예 교체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은 "이미 합병이 성사되고 8개월 가까이 지나서 김 전 위원장 교체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며 "김 전 위원장도 임기 만료로 그만뒀고 외압으로 그만둔 게 아니라고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이재용(가운데)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차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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